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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37)귓도리 져 귓도리-작자 미상

2024-09-27     경상일보

귓도리(귀뚜라미) 져 귓도리 에엿부다 져 귓도리
어인 귓도리 지는 달 새는 밤의 긴 소리 짧은 소리 절절(節節)이 슬픈 소리 제 혼자 울어 내어 사창(紗窓) 여왼 잠을 살드리도 깨오는고야.
두어라, 제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 리는 저뿐인가 하노라 -<청구영언>

잠못드는 밤, 절절한 귀뚜라미 울음소리
깨어 있는 영혼에는 세월이 녹아들지 못한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가슴 뜨거운 사랑에서 비롯한다. 살다보면 잠 못 드는 밤이 있다. 그런 밤엔 세월도 비켜간다. 끊임없고 궁극적인 관심은 자기 자신의 인식에서부터 세상에 도달하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독립된 외톨이가 아니라 여럿 속에 존재하는 여럿속의 하나이다. 신비롭게도 우주만물은 음양이 구별되어 있어 상대를 찾아야 만이 지구위의 모든 생명체가 존속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음과 양은 자신의 상대를 찾는 것, 그 상대와 생을 함께 누리고 아픔을 같이 한다는 것에 이렇게 목 메이게 우는 것이다.

▲ 한분옥 시조시인

푸른 새벽 달빛 비추이는 비단 창에 젖는 귀뚜라미 소리에도 인간은 근원적인 외로움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혼의 영역만큼 외로움의 크기 또한 비례하는지도 모른다. 그 외로움이 무엇에서 비롯했든지 간에 혼자라는 존재는 이성으로, 또는 가족으로부터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인간의 실존의 한 형태이다.

한 여인에게서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는 임이 있다면. 여인은 홀로 잠 못 이룰 수밖에 없는 가을밤이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설핏 든 잠마저도 깨버리고 만다. 여인은 자신의 통한의 그리움을 그립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귀뚜라미를 통해 읊은 것이다. 자신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을밤을 배경으로 자신은 또 누구인가를 묻지 않는다면 고독을 아는 인간의 영혼이라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리움을 안다는 것 또한 인간이 감내해 내는 생명체의 신비다.

외롭고 고독하니 인간이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