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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추석의 단상, 응급실에 대한 오해

파트별 진료과 갖춰지지않은 상황선 응급환자를 온전히 치료하긴 어려워 ‘응급실 뺑뺑이’ 오해 안타까울뿐

2024-10-04     경상일보
▲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병원 응급실은 원래 추석, 설날 연휴 때 바쁘다. 필자가 기억하는한 항상 그래왔는데 이번 추석 연휴는 특이하게 굉장히 조용했다. 연휴동안 전국 응급실에 환자가 몰려 감당이 안될거라는 이야기들에 정부에서 수많은 방법을 사용해 조치한 결과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느끼기엔 세부적인 정책들보다도 이 과정을 알리며 만들어진 ‘추석연휴 동안 응급실에 가면 진료를 받을 수 없으니 가면 안된다’는 부차적 인식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언젠가부터 전국의 응급실들이 환자를 거부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아마 ‘응급실 뺑뺑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떠돌고 대학병원에 수용이 안되는 몇몇 사례가 기사에 부각되며 그런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쌓여온거 같은데, 오해가 크다. 물론 응급실에는 응급실 자체에 근무하는 전문진료과와 의료인력이 중요하지만 그분들이 하는 역할 중 가장 큰 것은 이 환자가 응급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감별 및 1차적 치료와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고, 이후엔 그 증상에 맞는 다른 진료과로 연결 배정하여 병원 내에서 치료 및 회복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 주게 된다.

즉 응급실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분들이 치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할 수 있는게 아니며 다른 파트의 진료과가 갖춰져야만 환자를 온전히 치료할 수 있다.

역으로 말하면 파트별 진료과가 갖춰지지 않거나 해당과가 과부하로 인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면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오더라도 할 수 있는게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현재 의정갈등 상황으로 인해 각 지역의 대학병원들에는 전공의들이 없다. 인력이 부족하니 환자수용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응급실들에서는 구급차에서 수용문의가 오면 증상을 들어보고 해당 진료과가 수용이 안되는 상황이면 애초에 다른병원을 찾도록 유도하게 된다. 현재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소위 ‘응급실 뺑뺑이’는 이렇게 응급실 등 특정파트의 문제라기보다 의료인력 전체의 문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인식 자체는 이 당연한 사실과 다르게 형성되는듯 하여 안타깝다.

필자가 정말 놀란건, 수용이 되고 안되고를 넘어 최근 타지역 대학 및 대형병원 응급실들 일부가 아예 셧다운 돼버린 일들이다. 응급실 의료진들이 이탈한 것인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위에서 말한 백커버를 해주는 타 진료과 부재에 대한 부담도 상당부분 작용한다. 이 경우, 순서상 버티다가 마지막으로 이탈하게 된 파트가 응급실이 된 셈이다. 이게 이어지면 그 지역의 응급시스템 전체가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걱정스런 일이다.

현 상황에서 울산을 부각해 쓴 기사를 본적 있다. 울산은 대학병원이 몇개씩 되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딱 한곳만 수십년간 있었기에, 그 나머지 역할을 그동안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을 비롯한 다른 종합병원들이 타지역의 종합병원들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많이 커버하고 진료분야도 다양하게 갖춰왔었다. 대학병원이 아님에도 꽤 중한 환자들을 볼 수 있는 병원들이 몇군데 되는 셈이고 응급실에서 응급환자 및 중환자들을 현재도 수용하고 있다.

필자가 본 기사는 이로 인해 울산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는 내용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걸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봐야할지 의문이다. 정부에선 전문의 중심 병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들은 전문의 중심 병원이 맞지만, 이는 우리가 수련기능을 하는 대학병원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이라는 단어가 수련기능이 있는 대학병원에 얼마나 어울릴 수 있을까. 전문의는 결국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며 수련을 거쳐 성장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공의가 없어서 문제가 되면 전문의가 있으면 되지 않냐는 말은 현상황의 해결책과 거리가 멀며, 미래가 아닌 현재만 보는 말이다. 지금의 상황은 전체를 봐야만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