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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38)풍파에 놀란 사공-장만(1566~1629)

2024-10-04     경상일보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이 물보다 어려워라
이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네

▲ 한분옥 시조시인

‘풍파’와 ‘구절양장’의 어려움이 어디엔들 없으랴. 사람살이 녹록하지 않음을 어찌 모를까만, 배를 팔아 말을 사서 구절양장을 돌자하니 시퍼런 풍랑 못지않게 오금 저리다는 것이다. 당장에 지금 하던 일을 벗어던지고 그와 반대 되는 일을 택해보면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지만 사실 그 또한 쉽지 않더란 것이다. 여기서 ‘배’는 무신, ‘말’은 문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가을이란 비단 위에는 색채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10월의 햇살은 어느새 조심스럽게 땅위에 내려 앉아 온갖 생명은 무르익는다. 얼마나 많은 색채들의 향연이 펼쳐지는지 과일의 빛깔은 진하고 꽃들의 빛깔도 농익는다. 아직도 지난 여름의 뜨겁던 기운을 잊지 않고 가을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의 형태이며 은혜인가.

일상의 뜨락에선 이렇게 많은 빛들이 숨어 있다가 앞을 다투어 색채의 향연이 쏟아놓는다. 우리의 내면에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 오늘의 나를 만든다.

오늘의 나는 누구인가 또 무엇인가. 생명이 지닌 맑은 기운, 마음 밭에 열리는 씨앗 같은 것, 우리 안에는 결실의 영역이 확장된다. 사람 마음이란 미묘하기 그지없다. 우주 자체가 마음이다. 마음을 부리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는 순간, 바늘 하나 꽂을 여유가 없다가도 너그러운 세상을 다 받아들일 삶이 열릴 것 같다. 삶이 녹슬면 모든 것이 사그라진다.

풍파에 놀란 뱃사공이 ‘배’를 팔아 ‘말’을 샀더니 꼬불꼬불한 산길을 말을 몰고 오르내리는 것이 물길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문무를 겸비한 재략가 장만(張晩)은 선조, 광해, 인조 시대에 걸쳐 활약한 문신이면서 무신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꽃, 특별한 꽃 피우기를 원한다. 자신만의 순수한 얼굴을 드러내면서 생명의 신비를 꽃과 풀같이 꽃 피우기를 원한다. ‘배’도 ‘말’도 말고 이후론 농사짓기만 하겠다고, 파란만장한 생애를 돌아본 소회를 읊은 것이다. 농사짓기인들 어디 그리 만만할까.

한본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