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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전기차 포비아와 딜레마: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내연기관 차보다 진화 까다롭지만 배터리 안전성 제고 등 해결 가능 무작정 금지보다 긍정적 발전해야

2024-10-10     경상일보
▲ 권상진 울산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부교수

지난 8월 인천 청라신도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은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일깨웠다. 이 사건 이후,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 전기차에 대한 제한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 전기차의 화재 특성과 대응의 어려움은 앞으로의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먼저, 전기차 화재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매우 높은 온도에서 불이 붙을 수 있으며, 한번 불이 붙으면 진화가 쉽지 않다. 이는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보다 화재 진압이 훨씬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많은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상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보행자 안전 및 미관상 등의 이유로 지하 주차장이 필수적으로 설계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이러한 조치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대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화재 예방 및 진압에 초점을 둬야 한다. 첫째, 지하 주차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 방안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차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 시스템의 강화와 같은 화재 진압 장치를 보강하고, 전기차 충전 구역을 별도로 마련해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전기차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스마트 화재 경보 시스템의 도입도 고려해 볼만하다.

둘째,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열폭주를 방지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전기차 제조사들은 이를 차량에 적용해 화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소방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화재 진압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기차 지하주차장 진입을 금지하는 규제는 대중에게 전기차 화재 포비아를 재생산 및 확대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 제안한, 전기차 배터리 잔량에 따라 지하주차장 출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배터리에 대한 보다 면밀한 과학적 근거 기반의 검토를 바탕으로 전기차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기차 화재와 관련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전기차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안전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전기차의 지하 주차를 금지하는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화재 예방과 대응 시스템을 강화해 전기차 보급과 안전한 주차 환경을 조화롭게 이루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는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기술적 발전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우리는 전기차 시대를 안전하게 준비할 수 있다. 이러한 준비가 이루어진다면, 전기차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과거 모빌리티 역사를 돌아보면, 영국은 19세기 중반 급격히 발전하던 자동차 산업을 ‘적기조례(赤旗條例, 영어: Red Flag Act)’로 규제하면서 스스로 그 발전을 저해했다. 그 결과 당시 영국에서 운행되던 자동차는 속도 제한을 받으며 자동차의 혜택이 희석되었고, 결과적으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 및 프랑스에 뒤처지게 되었다. 우리는 전기차의 한계에만 집중해 전기차 산업 발전을 제한하고 우리의 성장동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이른바 ‘전기차 적기조례’를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권상진 울산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