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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품은 디테일이 생명이다

2024-10-15     신동섭 기자
▲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명품은 디테일이 생명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내세우는 축제와 관광지 역시 마찬가지다. 지자체들이 자칭 명품 축제·관광지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아닌 경우도 허다하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최근 남구 장생포는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축제에 특화된 관광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월 개최된 수국 축제에는 60만여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기대 이상의 대박이 나며 남구를 대표하는 축제이자 전국 축제로의 발전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다.

인근 상권에서는 밀려드는 방문객을 대비해 재료와 인력을 확보했지만 연일 조기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는 등 평소보다 4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장생포 수국축제가 대박이 나자, 인근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플래카드를 걸고 수국축제 준비를 위해 고생한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울산고래축제도 기대만큼의 방문객이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수국축제와 달리 인근 상권의 명암이 갈렸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께 방문한 장생포는 평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음식점 앞에 많은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하거나 다소 평이 좋지 않은 곳들은 대기는커녕 손님이 한두 사람에 그치기도 했다.

이후 남구는 울산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10여년간 방치했던 ‘죽도’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죽도는 장생포 출신 가수 윤수일이 부른 노래 ‘환상의 섬’의 배경이다. 하지만 장생포 일원에서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죽도 개발에 대해 인터뷰한 결과, 부정적 대답이 주류였다. 접근성 문제와 킬러 콘텐츠의 부재가 골자였다. 한 관광객은 “요즘은 워낙 예쁘게 꾸며 놓은 카페가 많다. 포털사이트에서도 위치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곳에, 달랑 카페나 전시관이 있다고 갈 것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죽도를 개발하려는 남구의 안일한 대응도 아쉬움을 남겼다. 죽도를 왜 환상의 섬이라는 제목을 붙여 노래한 것인지 문의한 결과, 나무위키 링크와 함께 가수 윤수일이 어린시절 방문한 죽도의 아름답고 신비로웠던 모습을 그린 노래라는 답변을 받았다. 행정당국의 공식적 답변 근거가 불특정 다수의 정보로 문서를 생성·편집·공유하는 웹사이트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가수 윤수일 측에 직접 문의한 결과 환상의 섬은 어린시절 방문한 죽도의 아름답고 신비로웠던 모습을 그린 노래는 맞지만, 기존 제목이 밋밋해 고심하다 좀 더 ‘있어 보이는’ 환상의 섬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구두나 가방을 만들 때 디자인뿐 아니라 가죽의 재질과 실밥 하나하나에 대한 세심한 정성과 노력이 명품을 만든다. 명품 축제·관광지도 마찬가지다. 꾸준한 노력과 세심한 부분에 대한 접근이 성공을 이끈다. 민·관이 다양한 부분에서 상호 협력할 때 누구나 인정하는 명품 축제·관광지가 탄생한다.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shingi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