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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101]]12부.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3) - 글 : 김태환

2024-10-15     경상일보

나는 아내의 대처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하늘이 빙빙 돌다 못해 땅이 꺼지는 느낌이 들며 구역질까지 났다.

구급차는 먼저 수술을 했던 병원으로 직행을 했다. 응급실로 들어갔는데 먼저 이석증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라고 하니 담당했던 이비인후과의사와 전화 연결이 되었다. 응급실 의사는 기본조치를 한 뒤 바비큐요법을 시행했다. 사람 몸을 바비큐처럼 좌로 눕혔다가 한참 후에 서서히 우측으로 눕히는 것이었다. 간단한 치료에도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한 시간 정도를 그렇게 처치를 하고 나니 어지럼증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나는 응급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담당의에게는 내일 오전에 이비인후과로 바로 찾아가겠다고 하고 퇴원했다. 사실은 장례식을 치르느라 너무 피곤해 쓰러져 잠들고 싶어서였다. 병원응급실에서 잠이 들면 아내가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하니 그것도 할 짓이 아닐 것 같았다. 장례를 치르느라 피곤한 것은 아내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자 밤도 제법 깊어 있었다. 아내와 나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쓰러졌다. 나는 깊이 잠들기 전에 아내의 손을 잡았다. 반쯤 잠이 들어 몽롱한 상태에서 둘이 함께 손을 잡고 다른 세상으로 건너뛰어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윗동서도 혼자서 그렇게 가지 말고 둘이 함께 갔더라면 좀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깊은 잠 속으로 빠졌다.

실컷 자고 일어나니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홉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아침상을 차려놓고 내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지러운 건 좀 어때요?”

나는 머리를 상하좌우로 돌려 보았다. 어지럼증은 말끔히 가셨다. 다시 병원으로 찾아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아내는 아침식사를 하면서 내내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 내가 뜬 밥숟갈 위에 반찬을 올려놓기까지 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이제부터는 당신 곁에 바짝 붙어있기로 했어요. 혼자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아내의 얼굴 빤히 바라보았다. 형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받은 충격 때문인 것 같았다. 저번에 미호천 개울바닥에서 쓰러졌던 일이 새삼 떠올랐다. 혼자서 다니다가 그런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그때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는 내가 너무 무신경했었던 것 같아요. 당신이 아직 팔팔한 젊은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환갑이 지난 노인인 걸 몰라보고.”

아내의 말에는 약간의 농담 끼가 묻어있었다. 이제부터는 내 뒤에 바짝 붙어 따라다닐 것이라고 할 때는 진짜 농담인 줄로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