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연재소설/붉은 도끼[102]]12부.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4) - 글 : 김태환

2024-10-16     경상일보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계획을 물어볼 때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하는 일에 간섭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든 물어보지도 않던 아내였다. 밖에서 잠을 자고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한 번도 여자를 데리고 잔 적은 없었다. 아내도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하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나의 일에 간섭을 하겠다는 것은 여자문제 때문이 아니라 건강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불시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저승사자로부터 남편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의 결연한 얼굴표정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사람의 목숨이 노력으로 지켜지는 것이라면 이 세상에 죽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내가 따라다닌다고 하니 좋으신가 봐요?”

“허허허.”

나는 그날 하루만은 아내의 뜻대로 몸을 맡기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바로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증세를 물어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극히 피곤하거나 체력이 달릴 때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신경을 많이 쓰는 일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하라고 조언했다. 아무것도 아닌 주문 같았지만 내가 쉽게 지킬 수 없는 것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글을 쓰지 말라는 말과 똑같은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쓰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잊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쓰는 것도 어려웠다. 집필하는 중에는 밤을 꼬박새우는 일도 흔했다.

이비인후과를 나와서 주전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갔다. 몽돌 밭을 같이 걷기도 하고 점심 때가 조금 지나 화암 바닷가에 있는 고급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넓은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손님은 별로 없었다. 제일 한가운데 전망이 좋은 자리에 앉았다. 아내는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가격대가 만만치 않은 랍스타 요리를 주문했다.

나는 요리가 나올 동안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물빛이 시드니의 리틀 베이 바닷가에서 바라보던 것과 흡사했다. 남극의 얼음덩어리가 떠내려와 녹은 것 같던 청회색의 물빛을 보며 꿈꾸었던 사막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K는 아직도 사막의 어느 지점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

마주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사막으로 간다고 하면 아내는 절대로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사막에 가서 찾아오는 것이 황금이라고 해도 그럴 것이고 그 어떤 값어치 있는 것이라 해도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그것이 속물스런 사람들의 비웃음이나 살 사랑 시 나부랭이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