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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교사는 언제나 아이들과 동행해야 한다

2024-10-16     경상일보
▲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신다. 모두 반갑게 인사를 한다. 교과서를 펼친다. 수업해야 하는 단원을 확인하고 수업이 시작된다. 선생님이 설명하신다. 우리의 시선은 선생님을 따른다.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를 한다. 우리는 노트에 필기를 한다. 잠시 교실은 조용하다. 선생님의 설명이 다시 시작된다. 마저 필기를 못 한 친구들은 필기를 하면서 설명을 듣는다. 그러다가 선생님의 설명을 놓치기도 한다. 너무나 익숙한 교실 수업 장면이다. 아련하다.

수업시간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귀퉁이에 앉으면 칠판이 보이지 않아 목을 빼고 보곤 했다. 열심히 설명을 듣다가 놓치는 순간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기도 했다. 자율학습 시간엔 친구들을 따라서 어려운 영어 문법 참고서를 들고 무작정 외웠다. 정석 문제집에는 특정 부분만 많이 풀어서 손때가 묻었었다.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문법 참고서를 들고 씨름했다. 풀지 않아도 되는 쉬운 문제까지 계속 풀어서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학습 상황에서는 학습자가 자기의 학습 수준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준에 맞는 학습과제를 통해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학창시절 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학습 향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교실에는 전자 칠판이 있다. 수업에 들어가는 나는 양손이 가볍다. 교과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책 교과서와 함께 개인 노트북을 준비한다. 기자재의 변화에 이어 교과서가 달라진다. 내년부터 일부 교과를 시작으로 디지털 교과서(AIDT)가 도입된다. 디지털 교과서는 서책 교과서를 단순히 파일 형태로 변환해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AI 기능을 활용해 아이들의 학습 상황을 진단하고 학습 수준에 맞는 추가 학습과제를 제공하는 학생 맞춤형 학습을 위한 교과서다. 학교는 과거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동시에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교실이 새로운 학습 상황과 의사소통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의 교실과 교과서가 지니고 있던 구조적 한계가 깨지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실시간, 일 대 다수로 운영되는 교실 수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한다. 수업 중 실질적인 개별 학습이 가능하다. 학습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인의 학습 수준에 맞는 학습과제를 통해 학습 결손을 해결할 수 있다. 누적되는 학습 상황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새로운 수업 환경을 구축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여전히 아이들과 동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전히 학습자의 학습 의지가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피드백의 과정에 교사의 학습 지원 또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