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거꾸로 가는 울산 독서교육 활성화

학생 독서역량 키워줄 학교도서관 사서 감원 독서교육·운영차질 우려 학교 32%만 사서 배치 전국 평균 한참 밑돌아

2024-10-17     이다예
자료이미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다시금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울산 교육당국은 내년부터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인 사서 감원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가뜩이나 울산 학교도서관의 전문 인력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기존의 독서교육 시스템마저 후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교육청은 최근 공문을 통해 현재 학교도서관에 근무 중인 사서 10명을 지역 내 공공도서관으로 복귀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10명 중 6명은 내년 1월1일자, 나머지 4명은 7월1일자로 학교도서관을 떠나야 한다.

이들 사서는 시교육청 방침에 따라 지난 2017년 7월 지역 초·중·고교 10곳 학교도서관에 각각 배치돼 7년 넘게 순환근무 중이다.

문제는 학교도서관의 사서 인력이 모두 빠지게 되면 일선 학교의 독서교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서들은 대출·반납 업무와 기자재 관리 등 도서관 운영은 물론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 강화를 위해 전문 독서교육을 다방면으로 실시해 왔다. 사서가 배치된 이후 학생들의 독서 역량이 커지고 있다는 게 일선 학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다른 시·도보다 울산의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점이 더 큰 문제다.

실제 울산 학교도서관 사서 배치율은 올해 기준 31.9%로, 전국 평균(44.1%)을 크게 밑도는 데다 특광역시 중에서도 가장 뒤떨어졌다.

일선 학교에서는 급한 대로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학교도서관 업무에 투입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참여도가 떨어져 임시방편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오롯이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국어교사가 도서관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남구 A중학교의 경우, 올해 4월까지 도서 대출·반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남구 B초등학교는 사서교사가 근무 중인데, 주중 일과시간에 맞춰 운영 중이어서 도서관 이용이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은 학교도서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사서들의 공공도서관 복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을 충원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인원의 감원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학부모는 “학생 교육의 최일선 기관인 시교육청이 지자체 공공도서관을 지원하려고 학교도서관의 전문 인력을 조정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교육수요자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학교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부모 자원봉사자는 “시교육청에서는 학부모들의 봉사와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것 같다”며 “사서 배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지난 7년간의 노력이 헛될 게 분명하다. 전문 사서 주도 아래 독서교육 실천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은 중부도서관 이전 당시 한시적으로 학교에 파견됐던 사서 인력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서교사와 달리 사서는 행정직 신분이기 때문에 공공도서관에서 인력이 필요할 경우 다시 복귀해야 한다”며 “전문 인력이 미배치된 학교도서관에는 공백이 없도록 교육지원청의 학교도서관지원센터 등을 통해 촘촘하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일선 학교에 독서·인문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천 교육감은 지난 14일 월요정책회의에서 “디지털 기기를 많이 쓰다 보니 긴 글을 읽거나 전체적인 문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등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학교마다 관련 독서 행사를 여는 등 독서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