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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렬의 문화 엿보기〉(51)느긋한 자녀교육

2005-01-05     경상일보

20세기가 여피(Young urban professionals·젊은 도시전문직종사자)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더피족의 시대다. 더피족이란 "우울한 도시 전문직 종사자 (Depressed urban professionals)"의 머릿글자를 딴 신조어이며, 자의 또는 타의로 고소득 전문직을 떠나, 이전 직종보다 소득이 떨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물론 더피족 중에는 경제불황으로 인해 강제로 해고당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 대신 적게 버는 만큼 적게 쓰고, 보다 더 많은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전직(轉職) 혹은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정신없이 바쁜 현대사회에서 그 반작용으로 "느리게 살기"가 화두로 되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들 느리게 사는 사람들의 자녀교육은 남다르다. 그들은 성취 지향적 교육이 반드시 행복과 성공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라는 사실을 깨닫고, 보다 "느긋한 자녀 기르기"에 액센트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갈수록 독신자는 늘어나고, 결혼한 사람들조차 애기 낳기를 주저한다. 앞으로 자식 숙제의 반 이상을 해주고 있는 우리의 교육열도 덩달아 식어갈 것이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식들의 출세를 도울 부모도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울산 문수산 자락에 집을 짓고 산 지 올해로 8년째 된다. 우리 마을엔 신문, 버스, 수도 등 없는 것이 많다. 애들과 아내가 때론 많이 불편해 하지만, 이젠 그들도 담장 높은 도심의 주택이나 아파트보다, 담이 낮고 대문이 없는 우리 시골집이 더 좋다고 한다. 닭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그리고 원숭이까지".
 그러나 여름에는 맑은 개울에서 송사리를 잡고, 겨울엔 추수 끝난 들판에서 신나게 공을 차며 놀다보니, 학교 성적은 늘 바닥이다. 거기에다 흔한 학원 한 번 보내지 못하니, 한편으로는 부모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 그러나 난 우리 애들이 자랑스럽다. 비록 공부는 못해도, 건강하고 건전하니 말이다.
 사실 필자는 우리 몇몇 속담들에 불만이 많다. 대표적인 것들로 "망아지는 제주로, 자식은 한양으로", 그리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등 소위, 출세 내지 성취 지향적 속담들이다. 말이야 바르지, 앞의 것은 수도권 집중현상을 낳고, 뒤의 것은 무명 다수의 희생을 초래하지 않는가. 시인·울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