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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종의 고추 소스의 감초 역할

2005-04-27     경상일보
 
지구상의 과일과 야채의 근 삼분의 일이 신대륙에서 나왔다 한다. 말하자면 고추, 마늘, 호박, 토마토, 감자, 고구마, 옥수수, 콩, 양송이 등 우리 식탁의 주연급 재료들이, 15세기 이후에서야 비로소 세계무대에 정식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야채의 본고장인 멕시코의 전통요리들은 그 대부분이 신대륙 발견 이전의 원주민 요리들로, 벌써부터 눈으로, 냄새로, 그리고 맛으로 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옥수수에서 벌레까지 사용되는 재료 만큼이나 요리방법이 복잡 다양한 멕시코 요리의 특색을 한 마디로 정리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그중에 우리 김치 만큼이나 일반적이면서도 독특한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소스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밥을 지으면서, 물은 넣지 않아도 소스는 넣는다고 한다. 또 처녀가 소스를 잘 만들면, '시집 가도 되겠다'는 소릴 듣는다.

식탁에 오르는 대표적인 소스들은 들어가는 재료의 색깔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하며, 우리의 김치 맛이 주부 손맛 따라 다르듯이, 소스 역시 안주인이나 주방장에 따라 그 맛을 달리한다.

종류 또한 재료 만큼이나 다양하여, 붉은 고추와 토마토에 리몬, 양파 등을 넣고, 오랜 시간 불에 뭉근히 익힌 살사 로호(salsa rojo), 녹색 고추와 아보카도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갈아 만든 살사베르데(salsa verde), 하얀색 양파, 빨간색 토마토, 녹색 고추에 리몬과 실란드로를 적당히 섞어 만든 멕시코 국기 색의 살사 메히까나(salsa mexicana)등 그 종류를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약방의 감초처럼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추다. 심지어 그들은 과일이나 샐러드에도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다. 고추의 종류도 길이가 겨우 1쥨2㎝에 불과한 초소형 고추 삐낀(piquin)에서부터, 길이가 30㎝에 이르는 초대형 고추 칠라까(chilaca)까지 무려 200종이 넘는다.

여기에 야구공 만한 마늘까지 있다. 그것도 육쪽이 아니라 단쪽. 이민 생활 힘들어도 여기 교민들은 김치를 담글 때 만큼은 웃음 짓는다. 야구공 같은 마늘 몇 개 까고, 야구배트 같은 칠라까 고추 몇 개 빻다보면 김장준비 끝이니 말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매운 것을 좋아해서 성격이 급하다고 하지만 속 좋은 멕시코 사람들을 보노라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우리보다 7천년이나 전부터 고추를 먹어왔다. 영화 <사관과 신사> 광고 문구가 '멕시코 점심식사처럼 화끈거리는 영화'였었지 않은가. 시인·울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