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재미있는 클래식이야기]'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친구

2005-06-14     경상일보
"들어라 종달새 은은한 소리. 저 푸른 보리밭 하늘 높이 찬란한 아침 해가 솟으니. 참 아름다운 노래 퍼지네. 참 아름다운 노래 퍼지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쥨1828)가 셰익스피어의 시에 밝고 발랄하면서도 상쾌한 리듬과 멜로디를 붙여서 1826년에 작곡한 유명한 가곡 '들어라 종달새'의 가사이다.

31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하면 '가곡의 왕'이라고 할 만큼 많은 가곡작품을 남겼는데, 영감이 늘 샘물처럼 솟았던 그의 왕성한 창작 생활에는 좋은 친구도 많이 있었다.

겸손하고 유순해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슈베르트의 주위에는 당연히 친구들이 많았다. 또한 보기 드물게 순박하고 천진한 성격으로 누구를 미워하거나 질투하는 일도 없었던 슈베르트를 중심으로 하나의 모임이 생기게 됐다. 이것은 슈베르트의 이름을 따서 '슈베르티아데'라고 하는 '슈베르트모임'이 되어버렸다.

이 모임에서 슈베르트는 매일 오후에 친구들과 함께 차나 맥주를 마시면서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하면서 연달아 새로운 곡을 작곡해 나갔다. 여기에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슈빈트'라는 슈베르트보다 나이가 아래인 화가 친구가 있었다.

이 슈빈트는 성격이 온순하고 여성적이어서 별명이 '천사'라고 불렸는데, 슈베르트를 위해서는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있어서 슈베르트의 '애인'이라고 까지 불릴 정도였다.

슈빈트가 하루는 자기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때 마침 슈베르트가 찾아와 산책을 가자고 요청을 해 왔다. 한참 그림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슈빈트는 지금 작업을 중단하면 좋은 착상을 잃을 것 같고, 또한 분위기나 열기를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슈베르트를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슈빈트는 슈베르트가 어떤 일에나 곧 열중해버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책상 위에 있던 종이에 5선을 그려 옆에 있던 셰익스피어 시집과 함께 그에게 건네주었다.

슈빈트의 예상대로 슈베르트는 시집을 읽다가 곧 '들어라 종달새'에 열중해 버렸다. 그리고는 산책을 하자고 권유한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서 '들어라 종달새'를 단숨에 작곡해 버린 것이다.

슈빈트는 후에 그때를 회상하며 "내가 그린 것 중에서 가장 값이 있는 것은 그 때 슈베르트를 위해 적어준 5선지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날 때 슈빈트는 빈이 아닌 독일 뮌헨에 있었다. 슈베르트의 부고를 듣고 그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많은 친구 가운데서도 슈베르트와는 형제처럼 각별한 사이였고 누구보다도 슈베르트의 음악적인 재능을 높이 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들은 그가 있었기에 즐겁기도 했고 아름답기도 했는데…"라면서 슈빈트는 두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청춘시절의 나날을 회상하며 일기에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