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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클래식이야기

2005-06-28     경상일보
우리에게 '사계(Four Season)'라는 협주곡으로 잘 알려진 비발디(1678쥨1741)는 이탈리아에서 코렐리(1653쥨1713)의 주도권을 계승한 최초의 바이올린 거장이었다. 그는 일생동안 협주곡만 해도 450여곡이나 썼다.

그의 대명사처럼 되다시피 한 '사계'는 모두 12곡으로 돼있는 작품 8 '화성과 창의의 시도' 중에서 처음 네 곡이다. 각 곡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서로 계절의 이름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이 네 곡을 한데 묶어 '사계'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비발디는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상업도시'이자 '물의 도시'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에서 바이올리니스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 당시에는 성직자와 음악가를 겸하는 일이 흔했는데, 비발디도 청년 시절부터 사제의 자격을 얻어 성직자가 되었다.

이탈리아인으로서는 드물게 머리색이 붉었던 그를 두고 사람들은 '붉은 머리 사제'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서양에서 붉은 머리는 악마이나 마녀의 상징으로 믿어져 왔던 탓인지 비발디 또한 그다지 모범적인 성직자는 못 되었던 것 같다. 미사 도중에도 악상이 떠오르면 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밖으로 나가 정신없이 악보를 적다가 미사 집전을 못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으며, 밤늦은 시간 사람들이 찾아다니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으슥한 곳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을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주교는 비발디를 베니스에 있는 오스페달레라는 병원 안에 있는 피에타 여자음악학교의 음악선생으로 임명했다. 그곳은 원래 불행한 소녀들을 위한 일종의 고아원이었다.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으며 특별히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했던 비발디는 여학생에게 성악뿐만 아니라 기악도 가르쳤다.

훌륭한 선생에게 지도를 받은 학교 학생들은 베니스의 4군데 오스페달레 가운데에서 가장 훌륭한 실력을 가지게 되었고, 피에타 음악원의 오케스트라 또한 아주 수준급이어서 유명한 음악인들을 초빙해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비발디는 음악원의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지휘하고, 매주 일요일이나 축제일, 정기연주회를 위해 연주할 많은 곡을 작곡했다. 이렇듯 늘 많은 곡을 작곡해야 하는 비발디는 속필가로도 알려져 3막으로 된 오페라를 불과 5일 만에 작곡하는가 하면 때로는 파트악보를 포함한 협주곡의 전곡을 악보를 베끼는 사보가들 보다 더 빨리 써낼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비발디가 쓴 아름다운 곡은 무려 650곡이 넘지만, 많은 양의 작곡으로 인해 그가 작곡한 몇몇 곡들은 비슷해서 구별이 잘 안되는 것도 있었다. 험담을 잘 했던 스트라빈스키는 이를 두고 '똑같은 곡을 100곡 작곡한 사람'이라는 비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발디는 합주 협주곡과 바이올린 협주곡의 완성자이며 바로크음악의 거장이었다. 비발디의 음악 특성은 생동감 있고 우아한 주제와 유연한 리듬, 그리고 곡 중 관악기의 적절한 사용으로 베니스 악파의 색체 감을 더욱 짙게 그려 주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협주곡의 3악장 형식을 확립시켜 고전 협주곡의 기초를 내려준 공헌과 바이올린의 새로운 기교를 제시해 주기도 했다. 그러한 공헌은 타르티니, 바하, 헨델로 이어져서 오늘날까지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