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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클래식이야기]천재소년 조르쥬 비제

2005-09-06     경상일보
 
얼마 전 8살 최연소 나이에 대학 입학이 결정된 천재 소년 송유근군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할 나이에 10년 이상의 시간을 단축해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은 천재라고 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음악계에도 이러한 천재가 있었다. 바로 오페라 '카르멘'의 작곡자인 조르쥬 비제(Georges Bizet, 1838~1875)이다. 그는 9살에 프랑스 국립음악원에 입학했다.

1838년 프랑스 파리에서 성악교사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비제는 부유한 음악적 환경에서 자랐으며 일찍부터 뛰어난 기억력과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4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피아노 연주와 악보 보는 법, 글을 배우기 시작해 9살에 이례적으로 파리국립음악원에 입학했다. 비제의 피아노 솜씨는 당대의 거장이었던 리스트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그는 피아노 연주보다는 작곡에 관심이 더 있었고 결국 자신의 일생을 작곡에 바치기로 결심한다.

비제는 17세에 첫번째 교향곡을 작곡했다. 이 곡이 파리의 가장 큰 작곡 콩쿠르였던 '로마대상'에 당선돼 비제는 로마로 유학을 가게 됐다. 몇년 뒤 귀국한 비제는 극음악작곡에 몰두하지만 쉽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25세에 발표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는 약간의 관심만 끌었을 뿐이었고, 34세에 '알퐁스 도데'의 희곡을 가지고 작곡한 '아를르의 여인'으로 처음 빛을 보게 된다. 이곡은 나중에 8곡만 추려서 연주회용으로 만들어졌다.

비제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오페라 '카르멘'은 1875년 파리의 오페라 코믹극장에서 초연됐다. 여자 직공들이 죽 늘어서서 담배를 피워대는가 하면 밀수꾼, 집시들이 우글거리고 마침내 실연으로 인해 반미치광이가 된 사나이가 상대의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살인극까지 벌이는 '카르멘'을 놓고 당시 귀족층은 물론이고 극장 측마저 험담을 하느라 떠들썩했다.

그 내용이 상쾌하고 감미로운 감상에 익숙해져 있던 귀족들의 취향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신선함과 날카로운 예술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실패작이라는 낙인을 찍게 된다. 그러나 '카르멘'의 참신한 소재와 혁신적 기법은 기존의 신화나 전설, 귀족들의 낭만적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던 오페라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일반 대중들에게는 차츰 호응을 얻어갔다.

처음에는 일반 대중의 호응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비제는 매우 낙심하며 괴로워 했다. 당시 비제는 이미 병든 몸이었다. 그동안 끔찍한 과로 속에서 자신을 혹사시켜 왔기 때문이었다. 오페라의 초연일인 3월3일로부터 정확하게 3개월 뒤인 6월3일에 비제는 결핵성 호흡기 질환 악화로 36세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결국 3회 공연이 막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그는 결핵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생전에는 실패작이라고 불렸던 그의 오페라 '카르멘'. 그러나 오늘날엔 불후의 명작으로 대접받으며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작품 중의 하나가 되었다.

조르주 비제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19세기 후반기 대표적 작곡가로서 프랑스가 내세울 만한 음악가였다. 그는 오페라 '카르멘' 한 곡만으로도 독일의 바그너, 이탈리아의 베르디와 겨룰 수 있을 만큼 혁명적인 오페라를 세상에 내놓은 청년 작곡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