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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와주역]천하의 도를 깨친뒤 쓰일때를 기다려라

2005-09-12     경상일보
남명은 열번 이상을 지리산 밟아 본 뒤 천왕봉 기운을 붙잡고는 덕산에 서당 자리를 잡는다. 중산리 계곡에서 흘러오는 살천과 대원사 계곡의 삼장천이 합수가 되어 덕천을 이루는 곳. 뒤로는 수양산이 버티고, 앞에는 천왕봉이 뚜렷하게 보이는 명당이다.

남명 선생으로부터 왜 서당 이름을 산천재로 택했는지 그 연유를 들었다. 산천재의 산천(山天)은 주역의 대축(大畜)에서 땄는데, 산이란 통장에 하늘 기운을 빈 자리 없이 빼곡히 채운 것을 대축(大畜)이란다. 성현의 가르침을 산처럼 높게 쌓되 쩨쩨하게 집안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남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한다면, 천하에 대축이지 그게 무엇이랴. 하늘 아래 산 보다 높고 큰 것이 어디 있었던가!

자신이 비록 대축을 이루었더라도 경륜과 겸손이 부족하면 정진과 수덕을 요구 받는다. 자신 때문에 세상이 피해를 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배우고 익히되 삭히고 숙성하는 세월을 보내야 남들이 나를 이해하기 편한 이치다. 그렇지 않고 마구 달리기만 하면 바퀴가 빠져 내동댕이를 당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울타리 속에 송아지처럼 코뚜레를 채워 소인배, 간신배, 사이비로 흘러 세상을 오탁시킬 수 없도록 단단히 자신을 단속해야 한다.

송아지가 머리에 뿔이 나면 떠받기를 좋아한다. 힘이 생겼다는 증거다.이럴 때 양 뿔을 가름대로 잘 잡아줘야 한다. 학문과 재주도 바로 잡지 않으면 사사로이 흐르기가 쉬우니 도대행(道大行) 하라는 것이다.

광대 무변한 천지의 도를 체득한 대축이 되어 천하를 끌고, 하늘 거리가 한없이 광활한데도 어디 하나 막힘없이 활달 무애한 기상으로 활보하며 자유자재하는 대자유인이 되라는 것이다. 비록 자신이 대축일지라도 외고 패고 다니면 대축이 아니다. 얄팍한 재주로 경망하게 세상을 속이고, 적당하게 살려는 사람과 달리 자신을 산처럼 크게 쌓고, 쓰일 때를 기다리는 남명의 의지가 산천재에 담겨진 뜻이 아닐까 싶다.

산천재가 완성되자 남명은 세점의 벽화를 그려 넣는다. 도인처럼 쟁기질하며 밭가는 모습,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자신이 먼저 올 곧게 대축될 때 까지는 세상사에 무관심하겠다는 은사처럼 신선이 바둑 두는 모습을 그렸다. 동자로 차 솥을 걸어 차를 달이라는 다도 그림이 귀하게 보인다.

경전 강독하는 소리와 다향이 짙은 여름밤의 멋을 한층더 높혀 가는데 시나위에 맞춘 대금소리에 선생의 시낭송이 물소리, 새소리와 함께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

"천석들이 큰 종을 보라!/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질 않네/ 어떻게 하면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천명유불명(天鳴猶不鳴)이라'.

문수학당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