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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을 찾아서]시원한 물소리 벗삼아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

2005-09-13     경상일보
불산 자연휴양림은 간월산과 신불산의 원시림에서 흘러내린 물이 한데 모여 흐르는 영남알프스 최고의 원시림이다. 곳곳에 폭포와 소가 절경을 이루고 그 물줄기들은 아래쪽 파래소 폭포에서 마침내 공중에 몸을 날리며 심호흡을 가다듬는다.

산행은 신불산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시작된다.

백련계곡 입구를 비켜지나 한 참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숲은 점점 울창해지고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계곡에는 바위들이 점점 많아진다. 아직도 한여름의 뙤약볕이 채 가시지 않은 9월이지만 짙푸른 소와 폭포는 서늘한 기운을 담은 채 등산객들의 뜨거운 체온을 떨어뜨려 준다. 넓은 반석과 집채만한 바위를 돌아서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파래소 폭포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하얀 물보라, 짙푸른 소 위로 비치는 산 그림자….

파래소폭포는 울산 사람이면 어린 아이들 빼고는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영남 알프스 최고의 폭포다. 둘레가 100여곒나 되고 소의 중심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닿지 않을만큼 깊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에는 이 폭포를 '바래소'라 불렀다고 한다.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이곳에서 지내면서 '바라던 대로 비가 내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철 시원한 물줄기가 높은 벼랑에서 곤두박질치며 하얀 포말을 토해내는 모습을 두고 예부터 '요림비폭파래소(瑤林飛瀑波來沼)'라 부르며 언양팔경의 하나로 꼽았다고도 한다.

파래소 물 떨어지는 소리를 뒤로 하고 계곡을 따라 30여분. 원시림 외에 아무것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깊은 산중에 서구형 방갈로가 줄지어 나타난다. 여기가 신불산 자연휴양림이다. 방갈로 군데군데에는 승용차까지 주차돼 있다. 도대체 어디로 차량이 들어왔을까. 방갈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보니 간월산 쪽으로 산길이 연결돼 있다.

영남알프스 제일의 폭포 파래소 위쪽에 이런 휴양시설이 대규모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마음이 아프다. 이용객들의 오수를 어떻게 처리할까 걱정스럽다. 더구나 영남알프스 최고 산군인 간월산의 허리를 난도질해 길을 낸데 대해서는 화까지 치민다.

자연휴양림을 재빨리 벗어나 왼쪽 산 허리로 올라붙으면 얼마 안 가 임도가 나온다. 임도는 간월재로 이어지는 길이다. 비스듬히 누운 임도를 따라 다시 30여분. 왼쪽에 죽림굴 팻말이 눈에 띈다. 이곳은 기해박해 당시 잔혹했던 관아의 손길을 피해 신자들이 움막을 짓고 토기와 목기를 만들거나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했던 곳이다. 간월재 너머에서 포졸들의 움직임이 보이면 100여명의 신자들은 한꺼번에 넓은 굴속에 숨어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대나무와 풀로 덮인 낮은 입구 덕분에 동굴에 숨으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아 박해시대 신자들의 피난처로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죽림굴에서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간월재. 간월재에서 신불산 정상에 오른 뒤 신불재에서 백련계곡으로 하산하면 산행은 끝난다. 신불재의 넓은 평원에서 발원한 백련계곡은 신불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에 이를 때까지 시원한 물소리를 들려준다. 마음이 느긋해진 하산길, 그 짙푸른 소에 몸을 풍덩 적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