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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보는 풍수이야기]"매장만이 능사 아니다"

2005-09-19     경상일보
과학과 실용적인 사고가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조상의 덕이 삶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여전한 듯 하다. 추석 같은 명절마다 수백만의 인파가 고향으로 '대이동'하는 것이 한 증거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통체증과 피곤을 무릅쓰고 고향을 찾아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산소를 찾는 행위는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집단적인 무의식의 영향이라 보여진다.

풍수지리에 있어 이같은 집단적인 무의식의 중심에는 산소(墓)가 있다. 조상 묘의 기운이 후손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믿음은 명절 기간동안 조상 추모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관장한다. 부모가 묻힌 땅의 기운이 자식에게 전해진다는 '동기감응'은 산소 자리를 중시하는 음택풍수의 기본이다. 이 이론에 따라 매장(埋葬)문화는 더욱 확고하게 구축돼 왔다.

동기감응론자들은 조선 왕조 묘를 실례로 든다. 자주 회자되는 묘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안에 있는 창빈 안씨의 묘이다. 이 묘의 동기감응으로 선조와 고종, 두 명의 왕이 배출됐다는 것. 선조는 적손이 아닌 서손으로 왕이 된 조선 왕조 최초의 임금이다. 선조의 할머니는 한미한 집안 출신인 창빈 안씨로 그는 조선 왕조 11대 중종의 후궁이었다. 원칙적으로 왕을 배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선조는 서울 사직동 도정궁에서 태어났는데, 훗날 고종이 이곳에서 즉위했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가 정착을 하고,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묘지에 따른 환경 파괴 등 각종 부작용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매장으로 일관된 기존 장사문화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일부 풍수지리 연구가들 사이에서도 일고 있다. 이들은 매장이 반드시 화장(火葬)보다 좋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동기감응론에 따라 오히려 매장이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운이 나쁜 땅에 묘를 세워 괜한 고민과 불안에 사로잡히기보다 화장을 통해 몸의 기운을 분해, 소멸시키면 아예 길흉을 논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화장 옹호론자들은 주장한다. 화장을 하면 기의 발생 근원이 없어지므로 기의 간섭와 영향이 사라지고, 개인의 운명도 조상 묘의 길흉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이론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 불교식 화장문화도 종종 거론된다. 불교 특유의 장사문화인 화장, 즉 '다비'는 죽은 사람이 안고 있는 과거의 업(業)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정화시키면서 내세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강상구씨는 "명당 운운하던 과거와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며 "몇백년동안 웬만한 명당에는 묘가 들어서 더이상 명당이라고 불리는 곳이 없음에도 굳이 매장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도움말 강상구 풍수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