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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와 주역]형편에 맞는 제사의식 정으로 지내자

2005-09-19     경상일보
주부들이 허리 부러지는 날이 명절이다. 시장 보랴, 음식 장만하랴. 온 몸이 혹사를 당한다. 5형제가 4식구 씩이면 20명, 하루 3식이면 60인분, 3일이면 180인분. 이래저래 당일 손님 맞이까지하면 200인분 음식 상을 본다. 팔다리 허리가 성할리 없다.

반면에 남자들은 시장 갈 때도, 음식할 때도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한다고 해도 겨우 운전이나 장바구니 드는 정도. 과일이 때깔이 좋니 나쁘니 품평 한번 하고, 음식이 맛이 괜찮니, 송편 모양이 그럴사 하다며 잔소리에 가까운 찬사만 슬쩍슬쩍 눈치껏 보내고, 틈틈이 맛 보는 기회만 잘 누리면 된다.

차례 상 차림에 입가심으로 먼저 차나 술을 한잔 올리곤 음식을 드시도록 권하고 술을 몇잔 올린다. 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냉수를 올리는데 아직도 우리 동네는 그 냉수에다 밥을 몇 숟가락 개어 대신 올린단다.

조상에게 밥상 차려 드리는 일은 꼭 살아 계실 때처럼 했으면, 식사 후엔 숭늉이 맞을 것 같은데. 언제 부터인지 모르지만 숭늉 대신 찬물에 밥을 말아 드리다니. 이것만은 꼭 고쳤으면 싶다. 뼈대 있는 집은 이 때 반드시 차를 올린다고 하니.

철상하기전에 용돈을 상 위에 놓아 드리는 집도 많다고 한다. 사우나도 찜질방도 가보시고, 영화도 한 프로 보시고, 혹 마실 가시다가 옛 친구라도 만나시면 한 잔 꺾으며, 좋아하시던 고스톱도 치고, 노래방도 가시고, 용채를 넉넉하게 올려 드린단다.

제사는 산자와 죽은 자의 정리다. 살아 있는 내가 이렇게 해 드리고 싶으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 드리고 싶으면 저렇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사 의식은 서로 간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하니 가가례례다. 크게 상식 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

음복 하고 차례상을 물릴 때면 뭔가 허전하다. 무엇이 산 자식들을 이렇게 공허하게 만들었을까. 끈끈한 혈육의 정 때문만 일까. 차례상 받고 가시는 조상은 내 새끼가 '우짜든지' 험한 세상 다행하게 살아가길 빌고, 자식들은 조상들의 안녕을 빌 뿐. 별 다른 묘책이 없는데도 철상할라치면 자식들은 좀 더 정성드려 모실 걸 하고 아쉬워진다.

옛날 어른들은 조상들이 제사 사흘 전부터 오시고, 제사 마치고 일주일 더 계시다 가실 줄 알고 한 열흘은 편안하게 주무시는 자리도 보존하셨다. 요사이도 그런 집이 많을까? 난 제사 하루 전날과 모시는 당일이라도 벼개 하나 더 놓고 부모를 모시고 잠에 든다. 살아 있는 나의 정리다.

아침 뉴스가 씁쓸하다. 마누라가 차린 제상이 너무 빈약하다고 다투다 그만 음독 자살했다는 사람이 있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차례 음식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낭패를 보고 밥만 덜렁 놓고 지냈다는 아쉬운 소식도 이 추석을 씁쓸하게 한다. 문수학당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