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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와주역]겸손할줄 아는 군자의 자세가 다도의 완성

2005-10-10     경상일보
다도와 차는 엄연히 다르다. 찻집에서나 찻자리에서 소위 다법을 무시하는 행위는 다도가 아니다. 좋은 차, 나쁜 차를 골라내는 높은 안목이 있어야 우선 다도에 입문이 가능하다. 좋은 물은 말할 나위 없고. 물 끓이고, 시절을 읽는 투차량의 배분, 문무화의 핸드링, 차를 우려내는 완급조절 등등의 소위 다법을 달인의 경지에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몇 년 묵은지 모를 차를 내고 수돗물을 무의식적으로 틀어 차를 다린다면 그건 분명 다도는 아니다.

그러면 최소한 어디까지를 다도한다고 봐야 하나?

첫째 좋은 차, 좋은 물, 물 끓이는 탕법, 찻자리 청결성, 화려하지 않고 검박한 다구, 객을 이끌어 가는 여유와 예의를 벗어나지 않는 자세를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것이다. 다도라는 것도 평범한 정상적 생활 테두리를 넘어 써면 그것은 벌써 다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구가 화려하고 비싼 것을 골라 쓰는 것을 자랑한다면 다도의 기본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찻자리에서 이러니 저러니 아는척하며 손님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몰상식한 행동이다. 논어에서도 "다도에 정성이 지극하다는 것은 차를 낼 땐 큰 손님 모시듯 정을 다하고, 내 조상 제사 모시듯 성을 다한다면 더 이상 말 붙힐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최소한 다도하는 사람이라면 문화감성과 역사의식과 세상 풍류를 알고 이해하는 그 시대에 최고 지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바로 읽고 세상을 밝고 맑게하는 멋쟁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차를 타고, 차를 빼고, 차 마시는 것을 기술로 여기지 말고 차라도 배웠기에 세상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고맙게 여겨야 할 것이다.

주역은 말한다. '혹 다도를 다 익혔다면 찻잔을 놓아도 좋다고.' 잔이 비었는데 더 이상 빈잔을 쥐고 있을 필요가 있는가. 조주선사가 도를 묻는 제자에게 "밥을 먹었느냐, 먹었으면 그릇이나 깨끗이 씻어야지"라며 너 또한 더 이상 묻지 말고, 나 또한 더 할 말 없다고 했다. 이제 다도하는 사람들은 차를 알고 다도를 알았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인으로 돌아 오라는 거다. 세상에 없어도 되고, 살아가며 평생을 한잔도 마시지 않아도 될 보잘것 없는 차 나부랭이를 안다고, 여기저기 나대는 것은 볼썽사납다. 음- 하고 찻잔 놓고 정말로 참한 사람으로 돌아 와 앉아야 할 것이다. 다도의 완성은 겸손하고 또 겸손할 줄 아는 겸겸군자의 자세를 얻어야 된다.

<다도와 주역>을 걸고 도반들과 찻사발을 들고 유명한 다도가며 훌륭한 도학자의 자취를 쫓다 보니 서원 순례를 시작하게 되었다. 저 섬나라 남도 일번지 보길도 세연정에서 고산 윤선도 선생을 첫 손님으로 모시고 봉길리 해수욕장 밤바다를 타고 해풍 속의 전복죽을 먹으며 주역강의를 듣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닿아 봉화 청량산 아래 도산서원에서 퇴계선생과 두향할매를 모시고 용봉탕 먹으며 발걸음을 멈출 즈음에 왔다. 분명 우리 서원에는 도학(주역)이 있고 차가 있었다. 다도한답시고 밥상머리와 찻자리에서 미움살을 받으며 퇴출되는 인사가 없길 희망하면서 이 글을 마감한다.

문수학당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