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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산시 구산면 구복리 장구마을

2005-11-23     경상일보
 
섬 사이로 사물놀이 장단 들리는 듯



찾아가는 길도 어슴프레해질 만큼 오래전 기억 속의 그 풍경. 마산시 구산면 구복리 장구마을. 다시 찾아간 그곳은 다행스럽게도 그대로였다. 여름이면 사람들이 찾는 모래해수욕장이 되는 연륙교 아래는 낚싯꾼 몇몇이 고기를 낚고 있을 뿐이다. 장구마을은 원래 관광객이 찾는 곳은 아니다. 그저 어촌마을이다. 바닷길이 갈라지면 굴을 캐고 바지락을 줍는 동네 어민들의 손길만이 분주한 곳이다.

장구마을 앞에는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짙은 녹색숲을 머리에 인 유난히 동그란 모양의 섬이다. 이들은 사물놀이의 흥겨운 가락을 들려줄 모양이다. 모두 국악기의 이름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섬이 '장구섬'이다. 장구처럼 두개의 둥근 섬이 잘록한 허리로 연결돼 있다. 옆에 있는 큰 섬은 '징섬'이다. 크고 둥근 섬이다. 장구섬 뒤로는 징섬 보다 조금 작은 둥근 섬이 있다. '북섬'이다. 장구섬의 다른 한쪽으로 '꽹과리섬'이 있다. 북섬보다 훨씬 작고 둥글다. 꽹과리섬 옆에는 끝이 뾰족하면서 작고 둥근 섬이 있는데 '공개섬'이란다. 공개는 먼지털이 같은 채로 쳐서 돌아가게 하는 팽이의 이 지역 사투리다. 모양새가 꼭 공개의 밑부분 같다. 옆 마을에 잇닿는 긴 섬도 있다. 그 동네 사람들은 '진섬'이라 했다. '길다'는 의미의 사투리다. 그런데 장구마을에서는 '나발섬'이란다. 다른 섬들과 조화를 이뤄 악기이름으로 바꿔 부른 것이다.

마을에서 장구섬까지는 썰물이면 굴과 바지락 밭으로 변한다. 음력으로 20일께인 이맘때면 오후에는 물이 빠진다. 46가구가 사는 이 마을 사람들은 어촌계로부터 이 개펄을 분양받아 바지락과 굴을 키운다. 크고 작은 바위마다 빈틈없이 굴이 붙어 있다. 고무장화를 신은 주민들이 날카로운 도구로 굴을 깨느라 여념이 없다. 멀리 공개섬 뒤 하늘이 붉게 물들자 손길은 더 바쁘다. 아줌마들이 "빨리 나가라"고 재촉이다. 굴 캐는 아줌마들을 쳐다보고 있느라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어느새 물이 들어와 버렸다.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목까지 담그고야 겨우 빠져 나갔다.

저도 연륙교는 장구마을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다. 태국과 버어마를 잇는 415km 콰이강의 다리를 닮았다해서 콰이강의 다리라고 부른다. 이 다리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신영(이미연 분)과,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변호사 서준화(박신양 분)의 사랑을 그린 영화 <인디언 썸머>에도 나왔다.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신영과 준화가 이틀간의 여행을 떠났던 곳이다.

이 다리를 걸고 있는 바다는 동해바다를 끼고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바다다. 광활하게 드넓고, 커다란 파도가 쉼없이 왔다가는 그런 바다와는 사뭇 다르다. 멀리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날개처럼 양쪽으로 산자락을 거느린 협곡으로 바다가 흘러든다. 강물처럼 정겨운가하면 호수처럼 편안하다.

바닷물은 옥색이다. 물이 얕다. 다리 아래로 고기를 잡는 작은 배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이 붉은 철제 다리 옆에서 새 다리가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새 다리를 만들면서 한 때 콰이강의 다리를 철거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존치됐다. 지난 2004년말 완공된 새다리는 길이 182m, 너비 13m로 마산의 시조인 괭이갈매기를 형상화했다고 해서 명물이라 자랑이다. 밤이면 형형색색의 조명도 들어오는 모양이다. 그래도 예전의 풍경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눈맛을 어지럽힐 뿐이다.

 ▶찾아가는 길

 남해를 바라보는 마산시 구산면은 시내에서 남쪽에 위치해 있고 진해만의 서쪽에 있다.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동마산인터체인지로 빠져나가자 마자 해안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통영쪽이다. 바닷가로만 쭉 가면 가포유원지에 이른다. 가포바다를 끼고 산길을 따라 가면 덕동하수처리장을 만나고 거기서 좌회전하면 구산리로 접어든다. 백령재를 지나 반동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저도 연륙교에 이른다. 시내에서 30여분 걸린다. 울산 무거로터리에서 126㎞가량 거리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울산에서 마산으로 가서 마산터미널에서 구산과 내포를 거쳐 구복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또 하나의 볼거리

장구마을 앞에는 구복예술촌이 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폐교를 개조해 예술촌을 만들었다. 서예가(서각) 윤환수씨가 촌장이다. 작은 전시장이 있고 야외 공연장도 있다. 마당엔 장승들이 줄지어 서있다. 구복예술제를 매년 여름에 열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전시장에선 서예가 모임인 들무새의 각연전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