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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에 핀 세계정상들의 누리마루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2005-12-07     경상일보
 
순 우리말 누리(세상, 세계)와 마루(정상, 꼭대기)를 합친 누리마루, APEC 하우스는 해운대 서쪽 동백섬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동백섬으로 접어드는 짧은 교량을 지나면 왼편에 주차장이 나온다. 차를 주차 한 뒤 웨스틴조선호텔 방향으로 200여m 오르면 길가에 '누리마루 APEC하우스 관람권 배부처'라 적힌 간이깃발이 꽂혀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으나 안내원에게 관람권을 받은 사람만이 APEC하우스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인원수에 맞추어 꼭 관람권을 챙겨야 한다. 관람권을 받은 뒤 500여m 산책로를 따라 더 걸으면 누리마루에 닿는다.

평일은 덜하지만 주말에는 개장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선다.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 APEC하우스가 내년 2월까지 공개된다. 당초 지난 달 20~21일 이틀 동안만 공개키로 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구경꾼이 몰려와 인파가 넘치고, 공개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무료로 공개되고 2월 이후에는 내부 출입이 엄격히 제한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요즘 동백섬을 찾고 있다.

입장을 위해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30분이상 줄을 서 있어야 한다. 아예 관람을 포기하고 누리마루 주변 등대를 둘러본 뒤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일 때는 찬 바닷바람을 막는 방한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

입장하면 맨 먼저 자개로 수놓은 십이장생 벽화가 눈에 뛴다. 해, 구름, 산, 바위, 물,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 등 십장생에 특별히 천도복숭아와 대나무가 더해졌다. 20마리의 학은 부산을 방문한 정상들을 뜻한다는데 노 대통령은 벽화 속 무엇으로 분했을지 궁금하다. 문양을 다 찾아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외줄로 잇따라 들어서는 관광객들 때문에 한 자리 오래 서 있을 만한 여유가 없다.

21개국 정상들이 앉았던 원탁 테이블과 천장 동시통역 부스가 눈길을 끄는 회담장으로 들어선다. 노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만 표시 돼 있다. 넓은 회의장을 덮고 있는 카펫이 단 한 장으로 짜여진 우리 장인의 솜씨라는 멘트를 뒤로하고 2층으로 내려온다.

아래층은 메인 회담장보다는 작지만 아늑하고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회의실로 꾸며졌다. 회의실 출입문 옆에는 세계 정상들이 사용했을 하우스 내 화장실이 있다.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사용금지' 안내표지와 함께 문은 잠겨 있다. 실내에서의 사진촬영도 '원활한 진행'을 위해 물론 허락되지 않는다.

실내를 관람하는 시간은 길어야 6~7분. 관람객들에게 허용되는 좁은 통로는 이내 하우스 앞마당으로 내려가는 외부 계단으로 이어진다. 기대를 품고 하우스를 보러왔다가 내쫓기듯 바삐 빠져 나왔다고 실망하는 이들이 많다. 호기심을 갖고 방문했던 아이들도 심드렁해한다.

하지만 하우스 앞마당 너머 넘실대는 해운대 바다와 광안대교, 소나무 숲 아래 잘 정비된 팔각정 등 빼어난 동백섬 누리마루 경관에 어느 정도 마음이 누그러질 수도 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홍영진주부리포터 thinpiz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