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근교산-<3> 남암산]탁트인 전망대바위·서어나무군락 일품

2005-12-14     경상일보
 
문수산과 어깨 맞춘 형제산 청송사지 3층석탑서 출발



신불산이나 간월산과 같은 영남알프스의 큰 산에서 울산쪽으로 바라보면 두개의 봉우리가 뾰족하게 나란히 솟아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북쪽의 봉우리가 문수산이고 남쪽의 봉우리가 남암산이다.

두개의 봉우리는 이렇게 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지만 유독 남암산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문수산은 구 울산상고에서 시작하는 등산코스가 제법 길지만 남암산은 절반도 안된다. 또 문수산에는 문수사라는 제법 큰 사찰이 있지만 남암산에는 성불암이라는 조그만 암자밖에 없다. 높이도 문수산(590m) 보다 낮은 543m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암산은 문수산에 가려 외면당하기에는 억울한 면을 많이 갖고 있다.

남암산은 우선 청송사지를 품에 안고 있고 보기드문 서어나무 군락지를 키우고 있다. 또 문수산 못지 않은 전망대 바위도 갖고 있다.

산행은 청송사지 3층 석탑에서 시작한다. 청송사지는 울산에서 보물로 지정된 유일한 탑으로, 여기서 많은 유물이 나왔다. 또 주변에 있는 부도는 울산시 유형문화재 3호로 지정돼 있다.

청송사지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철탑까지 약 15분, 철탑에서 다시 오르락 내리락 포장도로를 따라 성불암 주차장까지 약 15분. 이제부터가 진짜 흙으로 덮인 등산로다.

등산로를 따라 15분 정도 가면 서어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미끈한 몸체에 근육질이 곳곳에 불거져 나온 서어나무는 근육나무, 또는 방귀나무로도 불린다. 고목이 됐을 때 메탄가스를 뿜어내면서 불씨를 만들어 스스로 숲 전체를 태워버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어나무 군락지를 지나 한참을 가면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성불암을 만나게 된다.

성불암 게시판의 글을 인용하면 남암산에는 '김신암'이라는 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신암은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둘째 아들 범공이 신라가 망한 뒤 해인사에 머물다가 들어와 풀을 먹으면 생을 마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성불암을 지나 산 정상쪽으로 방향을 틀면 이제부터 인내를 시험하는 급경사다. 정상까지 40여분.

정상에는 조망이 크게 트여있지 않지만 15분 정도 하산하다 보면 시내쪽으로 불쑥 돌출된 바위가 있어 시원한 경관을 선물해준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남암산 전망대 바위'.

전망대 바위에서 성불암 주차장 쪽으로 약간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청송사지 안쪽 마을로 이어지는 하산길이다.

문수산이 암벽으로 이뤄진 남성적인 산이라면 남암산은 둥글고 인자한 어머니의 품을 연상케 한다.

토요일 오후 햇살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의 청송마을, 남암산은 이 마을을 마치 아기처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