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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인물]육손

2006-01-12     경상일보
 
작용과 반작용의 역학원리 실행에 옮긴 명장


힘과 운동 상태와의 관계를 다루는 작용, 반작용의 역학 관계가 자연과학에만 적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살이에 있어서나 군사전략에 있어서도 무엇이든 극단으로 가면 되돌아오는 반동(反動)이 있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의 상태는 평형을 이루어 정지하고자하는 관성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자는 원상태로 되돌아오는 것이 도(道)의 움직임, 도가(道家)의 기본 관념이라고 했고, 유가(儒家)에서 중시하는 중용(中庸)의 사상도 여기서 출발한다. 사실 무슨 일에 있어서나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

과감한 군사전략과 심오한 통찰력을 가진 육손은 동(動)과 반동의 역학의 원리를 군사전략에 적용할 줄 아는 명장이었다. 육손은 주유와 마찬가지로 세력 있는 호족출신이다. 21세 때 손권을 섬기고 부터. 손권의 주선으로 손책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젊었을 때 산월 등지의 역적을 평정시킴으로서 진수는 육손의 기발한 모략 술을 극찬하기도 했는데 그의 인품에 관한 얘기가 전해진다.

순우식이라는 회계군수가 손권에게 아뢰기를 육손이 현지백성을 학대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육손이 병사의 수효가 부족한 것을 현지조달로 충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육손은 손권 앞에서 순우식을 훌륭한 관리라고 칭찬하였다.- 순우식은 그대를 비난 했는데도 그를 칭찬하다니 알 수 없군.- 그는 백성을 지키려고 저를 비난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라고 했고 손권은 그를 신뢰했다.

이능의 싸움에서 유비는 관우의 한을 풀자는 복수심과 손권을 증오하는 일념으로 뭉쳐있었다. 유비는 전군의 세력을 이끌고 진군해왔고 그의 세력은 엄청났다. 육손은 공격하다 실패하면 격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적이 지칠 날을 기다렸다. 오의 장군들은 적의 세력에 육손이 겁을 먹은 것으로 알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비는 여러 차례 결전을 유혹했으나 육손은 수비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져 몇 달이 지나도록 승패가 나지 않았다. 적이 육백리나 깊숙이 침공해 왔을 때 육손은 출동명령을 내려 대국면을 타개했다. 유비가 참패를 당하고 급히 백제성으로 도망쳤을 때 오군의 부대장들은 공훈을 세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서로 다투어 이제야 말로 유비는 독안에 든 쥐나 다름없으니 아무쪼록 계속 공격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 달라고 손권에게 상서했다. 손권은 육손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 조비가 군사를 동원하고 있으니 겉으로는 우리 군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본심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유비를 추격하기보다는 위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한 대비책이 더 중요합니다.- 위의 조비는 이 때 대군을 동부지방에 집결시키고는 전국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가 유비와의 싸움에서 전력이 소모되면 그때 단숨에 오의 영토에 밀어닥쳐 어부지리하려는 심산이었다.

유비를 궤멸시키기를 눈앞에 두고, 내친김에 더 치닫고자 하는 모든 부대장들과는 달리 돌아서서 조비의 침공을 의식하여 위기를 미연에 방지케 했던 육손의 깊은 판단력이 오나라를 지켜냈던 것이다. 동과 반동의 역학과도 같은 멋진 작전이었다. 육손이 이릉의 싸움에 총사령관으로 발탁되었을 당시 육손의 나이 40세에 불과했다. 무심(無心)의 상태에서 상대를 대하고 마음에 아무런 고집을 갖고 있지 않는 육손의 장점이야 말로 경쟁의 시대에서 승자가 되는 길이었다.


글 한분옥 수필가 그림 박종민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