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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주막·회룡포마을 - 주모는 가고 바람만 드나드는 주막

2006-01-25     경상일보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없어서 더 감동적인 풍경도 있지만 사람이 전부인 풍경도 있었던 것이다. 주인장이 없는 주막에선 할 일이 없었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166-1번지에 자리한 삼강주막. 그동안 매스컴을 꽤나 탔건만, 유명세가 오간데 없다.

남루한 슬레이트 지붕 아래 자그마한 문짝 두개만 있는대로 열어젖혀져 있었다. 바람을 따라 왔다갔다하는 문짝이 굳게 닫힌 문보다 더 강하게 '사람없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막걸리 한잔은 고사하고 세간살이도 아예 없다. 변함없는 건 주막을 감싸고 있는 200년 수령의 회화나무뿐이다. 손님이 있으리라곤 기대를 안했건만 주인 할머니까지 어디로 갔을까.

삼강주막을 지키던 주인 유옥연 할머니가 90세를 일기로 지난해 10월1일 돌아가셨단다. 유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뒤를 이어 장사할 사람이 나서지 않아 106년 된 주막, 낙동강 1천300리에 유일한 주막이 영업정지 상태에 놓인 것이다. 경북도민속자료 134호로 지정하는 애정을 보이던 예천군은 "인근 마을 주민들이 주막을 운영할 사람을 뽑고 있는 중"이라며 "조만간 재정비해서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삼강나루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청주 정씨 집성촌인 삼강문화마을이다. 약포 정탁 선생이 운영하던 서원을 비롯해 잘 지어진 한옥이 몇채 있고, 빈집도 더러 있는 농촌이다.

삼강마을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 이 세줄기의 강물이 이 곳에서 몸을 섞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소금배가 다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나루터였고, 나루터엔 으레 그렇듯 이 곳에도 한땐 주막이 4곳이나 있었다. 나루터를 오가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자연히 모두 사라졌어야할 주막, 그런데 유옥연 할머니 덕에 삼강주막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삼강주막은 앞으로 방두칸, 뒤편으로 툇마루와 부엌이 있는 특이한 구조로 8평 남짓한 작은 집이다. 텅빈 방안을 들여다보니 어른 두세사람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좁디좁다. 툇마루도 대여섯명이 둘러앉으면 꽉찰 정도다. 수십명이 들끓었던 주막이라니. 새로 세워진 삼강대교가 옆으로 턱 버티고 있어 더 왜소하게 보인다. 도로확장을 위해 세워놓은 듯한 빨간색 깃발만이 유난히 더 빨갛게 보인다. 주막 뒤로 강물만 무심하게 흐른다.

삼강주막에서 내성천을 건너면 용궁면 대은리 회룡포마을이다. 의성포마을이라고도 하는 이 곳은 언제봐도 신비하다. 이 곳 사람들은 강이 산을 부둥켜 안고 용틀임하듯 물돌이한다고 말한다. 물이 350도 휘돌아나가면서 한가운데 둥글게 땅을 남겼다. 마치 꼭지만 육지에 잇닿아 있는 호박모양이라고 한다. 안동 하회마을도 낙동강의 물돌이마을로 유명하지만 물이 돌아나가는 모양새가 회룡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언제든 물에 잠길 것만 같은 강 한가운데 삼각주엔 희안하게도 마을이 형성돼 있다. 1만6천여평의 좁은 땅, 9가구 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수해를 입은 적도 별로 없다고 한다. TV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다리가 바로 은서와 준서가 앉아서 발장구를 치던 곳이다.

정작 회룡포마을을 제대로 보려면 인근 비룡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비룡산 언덕배기에 서서 내려다보면 육지 속의 섬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고려의 문인 이규보가 글을 지었다는 장안사라는 절도 있다. 장안사를 끼고 산으로 240m를 올라 가면 약수터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산길이 나 있다. 산길로 10여분 걸어 오르면 팔각정이 보인다. 마치 어안렌즈를 들이댄듯 회룡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회룡대다.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라고 말한 이도 있다.

회룡포도 풍광의 빼어남에 비해 사람들이 붐비는 관광지는 아니다. 왠지 모를 적막감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빛 모래의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다.


###주변의 볼거리###

 예천은 안동과 문경, 영주에 둘러쳐져 있다. 다시말해 이름난 관광지로 둘러싸여 있는 셈이다.
 예천의 큰 절집으로는 용문사가 있다. 예천읍에서 북쪽으로 15㎞ 떨어져 있다. 신라 경문왕 10년(870)에 두운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윤장대(보물 684호)와 고려 명종 3년(1173)에 지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대장전(보물 145호)이 있다. 대추나무에 불상을 조각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목불좌상 및 목각탱(보물 989호) 등 문화재가 많은 절집이다. 목각탱은 붓으로 그린 탱화와 달리 나무판에 불상을 부조로 새겨놓은 것이다.
 또 용문사에서 가까운 곳에 예천권씨종택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과 '초간일기'를 보관하고 있다. 초간 권문해 선생이 건립한 초간정도 마주 보고 있다.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예천온천도 있다. 예천온천은 강알칼리인 중탄산나트륨(HCO3-Na) 단순천으로 수질이 매우 부드럽다. 온천과 가까운 곳에 예천천문우주과학공원이 있다. 예천어린이우주과학관과 나일성천문관으로 구성돼 있어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태양계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경계선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문경시로 들어가면 산북면에 김용사와 대승사라는 오래된 절이 있다. 이 두 절집으로 가는 길은 나란히 이어지다가 김용리와 전두리로 갈라선다.
 김용사는 번창시에는 48동에 건평 1천188평이나 되었으나 현재는 크고 작은 절집 30여채가 남아 있다. 3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온돌방으로 된 국내 최대 강원건물이 있다. 부엌아궁이가 어린 학생들이 걸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다고 한다.


###찾아가는 길###

울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가다 금호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바꾸어 타야한다. 춘천·칠곡이라는 안내판을 따라가면 된다. 중앙고속도로에서는 서안동IC로 내려서 예천·하회라는 안내판을 따라 예천군으로 들어서야 한다. 삼강주막으로 먼저 가려면 문경 방향으로 잡고 용궁면으로 찾아가면 된다. 넉넉잡아 3시간 걸린다.
 대승사는 직지사의 말사로 587년(진평왕 9)에 붉은 비단으로 싸인 사면 석불이 하늘에서 떨어져 왕이 와서 예배하고 그 곳에 절을 세웠다는 창건설화가 전해진다. 아주 커다란 목련 두 그루가 대웅전 앞마당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고색창연하면서도 깨끗한 절집이 인상적이다. 법당안에는 용문사 처럼 목각탱이 있다. 대승사에 달린 암자로 윤필암과 묘적암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절집이다.

###먹거리###

예천에는 한우와 참기름, 개포면에서 생산되는 풋고추가 유명하다.
 음식점으로는 예천읍내에는 육회로 이름난 백수식당(652·7777)이 있다. 육회비빔밥(7천원)과 육회(2만원) 막찍기(2만원) 등이 있다. 회룡포로 가는 용궁면 소재지에 있는 단골식당(655·0264)은 순대국밥(3천원)으로 유명하다. 순대국밥을 싫어하면 오징어불고기(5천원)나 닭발불고기(5천원)에 공기밥을 먹어도 된다. 청포정식, 청포비빔밥, 탕평채 등이 맛있는 전국으로달리는청포집(655·0264)과 복불고기, 복어탕, 복죽, 복찜, 복수육 등이 맛있는 한국관복어집(654·3369)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