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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기]곤쟁이 한주걱에 서너마리씩 연타석 조과

2006-02-01     경상일보
 
겨울이 한참 무르익었다. 울산권역 바다에서 손쉽게 낚을 수 있는 어종인 학공치낚시를 해볼 심산으로 남구 용연동 한전 포장마차 주변으로 발길을 옮겼다.

얼마만에 해 보는 학공치 낚시인가? 아마도 지난해 1월에 두 서너차례 학공치를 잡아보고서는 근 1년 만인 것 같다.

가는 길에 낚시점에 들러서 학공치 전용바늘 및 0.6호 목줄을 예비로 챙겼다. 학공치 미끼로 쓰기 위해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있는 크릴 한통과 밑밥으로 뿌릴 씨알이 자잘한 곤쟁이 두덩어리를 샀다.

벌써 머릿속에는 내장을 빼고 깨끗하게 잘 씻은 뽀얀 학공치 살점을 뼈 발라내어 가지런히 길게 포를 떠서는 도마 한 쪽 편에 모아 절반은 보기 좋게 썰어 초고추장 찍어 회로 먹을거며, 또 부수적으로 수북히 쌓인 칼슘의 보고인 뼈를 튀겨 술안주로 먹을 거며, 그렇게 실컷 먹고도 남아있을 나머지 절반은 하얀 튀김가루를 묻혀 식용유에 튀겨내면 애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저런 즐거운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목적지인 포장마차옆 따듯한 물 방류하는 한전 복합기에 다다랐다.

차에서 내려 포인트 주변을 둘러보니 물 속 학공치보다 더 많을 것 같은 낚시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어휴! 어찌 저 틈에 끼여들지? 어쩔수 없지 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염치가 없어져야 할 것 같다.

누가 봐도 맘씨 좋아 보이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 옆자리에 불고염치하고 살짝 비집고 들어갔다.

"아이쿠 무슨 사람이 이리도 많아…. 오늘 많이 잡았나 봐요? 복잡더라도 같이 하입시더"

몇 마디를 인사치레로 건네고는 얼른 낚싯대를 누구보다도 멀리 바다로 던졌다.

'휘이익' 하며 머리 위에서부터 던진 낚싯대가 해수면과 수평으로 멈춤과 동시 찌와 새우미끼가 꿰여있는 바늘이 낚싯대를 따라 허공을 날더니 곧바로 바다로 '덤벙'하며 뛰어 들었다.

학공치들은 '종을 친 뒤 개에게 먹이 주기를 반복하면 종만 쳐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처럼 '덤벙'하는 착수음만 듣고서도 잠시 물러섰다가는 다시 찌 주변에 몰려든다.

'휘이익, 휘익…' 학공치의 빠르고 예민한 입질에 맞추어 짧고 빠르게 챔질하느라 낚싯대의 바람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바늘에 꿰여 낚시줄에 매달린 채 제 목숨 지키겠노라고 바둥거리는 학공치를 여차하면 놓칠세라 얼른 떼서는 쿨러에 담느라고 너나 할 것 없이 바쁘다.

곤쟁이 한 주걱을 꾹꾹 눌러 담아 발 앞에 '휙' 하고 던졌다. 10초도 채 안되었는데 어찌나 학공치들이 많이 모여드는지. 앞 다투어 먹이 쟁탈전을 하느라 자기네 끼리도 부딪히고 난리가 났다. 서너마리 연타석으로 걸어 냈다. 그리고 불과 10분이 지났을까. 벌써 학공치 10마리를 잡았다. 그야말로 학공치 반, 물 반이다.

한참을 학공치 낚는 재미에 푹 빠졌나보다. 언제부터인지 입질이 뚝 끊어졌다. 밑밥을 뿌리면 학공치가 모여들긴 하는데 미끼에는 전혀 입질을 하지 않았다. 주변사람들 모두 같은 상황이다.

얼른 0.6호 목줄로 교체했다. 당기는 힘이 많이 약할지라도 가시성에서 학공치를 속여 보려는 의도로 채비를 바꾸어봤다. 그 작전이 통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한두 마리가 더 잡혔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간간이 올라오는 학공치 잡는 재미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낚싯대를 대충 접어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고 마음까지 넉넉해졌다. 늦게 온 사람들에게 자리를 선뜻 내어 주고 게다가 많이 못 잡은 사람들에게도 학공치 한줌 듬뿍 집어 나누어 주었다.

태양은 종일 몸에 나쁜 연기를 뿜어댄 공장의 굴뚝을 정화라도 할 양인지 서쪽 하늘 산마루에 걸터앉아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학공치는…

우리나라 전역에 고루 서식 회·구이 술안주 진미로 인기

동갈치목 학공치과로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서식한다. 봄·여름은 북쪽으로 이동하여 가을·겨울에는 남쪽으로 내려온다.

산란시기는 봄부터 시작해 7월까지이며 2년 정도 성숙한 30cm급 학공치가 낳는 알은 2천500개이상이다.

거의 회로 먹지만 뼈를 발라낸 포를 소금과 설탕을 적당한 비율로 녹인 물에 하루정도 두었다가 건조시켜 구우면 맥주안주로 그만이다.

#학공치낚시 포인트

△동구 = 일산 대왕암의 갯바위 조황이 최근 가장 두드러진 호조황을 보이고 있으며 아침 시간 때와 오후 3시 이후에 입질이 집중된다. 조황 및 안내 레포츠 프라자 236·0617

△꽃바위 방파제 = 떼고기를 기대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간히 학공치 손맛을 볼 수 있을 뿐아니라 감성돔낚시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남구 용연 한전 앞 포장마차 주변 = 인산인해. 복잡긴 하지만 손·입맛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다. 조황 및 안내 덕하낚시 268·8288.

△부산권 = 서생에서부터 기장대변 방파제, 학리 방파제와 송정 방파제 모두 학공치 손맛을 볼 수 있다.

#주의 할 점

1.목줄은 가능한 가는 줄(1호 이하)을 선택한다.

2.미끼를 꿸 때 바늘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3.너무 작은 바늘을 사용하면 다 잡은고기를 바늘털이로 놓치기 쉽다.

4.학공치 낚시는 거의 방파제의 테트라포트 위에서 이루어지므로 갯바위용 낚시화보다 등산화를 신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

5.미끼가 손상되지 않도록 가볍게 낚싯대를 던진다.

6.입질이 약하거나 먹이활동이 둔화 됐을 경우 찌를 살며시 옆으로 끌어준다. 찌가 물속으로 빠른 속도로 들어가거나 끌려 갈 때 챔질을 한다.


김태경 울산바다낚시동호회(ulbadong.aykt6.com)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