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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인물]손권

2006-02-02     경상일보
 
'백락(伯樂)이 있어야 천리마를 알아본다'고 당나라 한유가 말했듯이, 인재를 다룰 수 있는 사람만이 인재를 얻는다. 어느 시대나 인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는 것도, 사람을 자기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인재가 발굴되지 못한 것은 인연이 닿지 않았거나 수장이 인재를 쓸 줄 몰랐기 때문이다.

난세(亂世)에 영웅이 난다는 진리를 내 보이는 것이 삼국지의 무대이고 그러한 시기에 바로 영웅들이 활거했던 것이다. 천하를 얻으려면 반드시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군주들은 앞다투어, 예를 갖추어 아랫사람을 대했으며 여러 방법으로 인재를 불러들였다. 인재를 찾아내고 인재를 다룰 줄 아는 최고 경영철학의 전형을 우리는 삼국시대 손권의 치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인재관리 능력, 이것이 오나라를 지탱한 힘이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최고경영자들이 가장 먼저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전략의 수순이 아닐까.

영웅은 어려울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목장(木長)은 패(敗)요 인장(人長)은 덕(德)이라고. 인재는 그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인재를 낳는다. 손권은 중책을 맡긴 인물에게는 전폭적 신뢰를 보냈고 권력을 주어 간섭하지 않았다. "세상에 완전한 흰털을 가진 여우는 없어도 여우의 털로 만든 완벽한 흰옷은 있다." 이 한 마디로 손권의 치세론은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손권은 아버지 손견과 형 손책의 뒤를 이어 오나라의 수장이 되었기에 시작부터 안정된 국가를 물려받았으며 오(吳)는 장강이라는 천혜의 방어진이 구축되어 있는 나라였다. 손권의 치세는 공세보다는 수성(守成)이 먼저였다. 천하를 제패하는 일만을 목표로 하는 조조나 유비에 비하면 손권은 수성의 명군으로써 오나라의 오랜 안정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때문에 조조나 유비처럼 영웅의 서열에 들 수는 없었다.

수장(首長)이 덕(德)이 있어야 덕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 누구라도 덕(德)있는 사람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가슴마저 열어 주는 게 보통사람의 심리다. 그 만큼 지장(智將)되기보다 덕장(德將)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손견과 손책이 강경책으로 인해 호족에게 암살당하자 그는 부드러운 정치력으로 그들을 끌어안았다. 삼국지의 4대 격전 중 적벽전과 이릉의 싸움에서 조조, 유비 군을 격퇴하여 자신의 권위와 오나라의 정통성을 세웠으며 이로 인해 얼마 후에 황제로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다.

사람을 얻는 자는 흥하고 사람을 잃는 자는 망한다는 노숙과 육손의 충고에 귀를 막지 않았으며 듣기 싫은 말도 참고 듣는 것 또한 손권의 치세의 한 방편이었다. 군사 천명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장군 한명은 얻기 힘들고, 장군 천명은 얻을 수 있을지라도 장군의 능력을 수용할 수 있는 수장이 되기는 더욱 어렵다는 것을 손권은 이미 깨달았으며 믿음을 주어야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실행에 옮긴 덕장이었다. 적토마를 갖고 싶다면 적토마를 탈 능력부터 갖고 있어야 함을 실천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자가 진정한 영웅이다. 삼국 중에서 오 나라가 최후까지 남아 있었던 것도 수성의 덕장 손권의 치세역량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정치가, 행정 관료 또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삼국지가 아직도 최고의 명저가 되고 있는 그 까닭을 들여다 본 것이다.


글 한분옥 수필가 그림 박종민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