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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축제]천혜의 자연조건 관광상품으로 껴안아

2006-02-22     경상일보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조화속을 선순환시켜 겨울을 더욱 겨울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겨울축제다. 그래서 겨울축제는 다른 계절에 열리는 축제와는 달리 온통 제철에 기대고 있다. 여느 축제보다 제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겨울축제는 두 손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살을 에는 강추위를 뚫고 제철에 열리는 축제를 만들기가 결코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고의 겨울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눈과 얼음에 기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비록 좁은 국토라 하지만 남녘에선 눈과 얼음세상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 보면 애초부터 겨울축제는 눈과 얼음이 넉넉한 고장에서 열릴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겨울축제는 강원도의 자랑이다. 강원도에서 열리는 겨울축제는 22개. 그 중의 태반은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이름으로 열리는 해맞이와 정월대보름 관련 축제들로, 이것들을 뺀 문화관광축제로 기능하는 겨울축제는 7개 정도.

'하늘이 내린 인제', '자연이 만들어 준 테마파크'라는 슬로건 아래 사계절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이 천혜의 자연조건을 승화시켜 만든 축제가 바로 우리나라 겨울축제의 대표격인 '인제빙어축제'. 2월2일부터 5일까지 올해 아홉번째로 치러진 인제빙어축제는 우리나라 축제의 발전과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만큼 성장과정이 드라마틱하고 여타 축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뜻이다.

우리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DMZ. 그에 맞붙어 있는 인제. 인제를 휘감아도는 내설악 골골의 물이 모인 소양호 북단의 인제군 남면 부평리 일대가 겨울축제의 메카인 빙어축제장이다. 가없이 펼쳐진 300만평 얼음벌판. 그 은빛세상에 아이들과 엄마,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동안은 넋을 놓아버리고, 한동안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얼음세상을 난생 처음 보았기 때문이리라. 막힌 속이 펑, 펑, 펑 뚫리는 느낌에 모두들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표정들이다. 얼음판에 미끄러져 연방 엉덩방아를 찍으면서도 아이들은 해맑은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을 멈출 줄 모른다. 아이들이 시작한 얼음지치기에 끼어든 엄마와 아빠도 유년의 추억을 더듬기에 바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얼음판에 자리를 깔고 앉아 해지는 줄 모르고 빙어낚시에 골몰한다. 연인들은 끝없이 펼쳐진 얼음판을 걸으며 오순도순 맑은 사랑을 노래한다. 그것만으로도 축제는 성공이다.

올해 빙어축제는 6개 부문 50여개 단위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대부분 체험프로그램으로 짜여져 관광객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축제장을 특색 있게 4개 구역으로 나누어 행사를 진행한 점이다. 4개 구역을 인제의 자연조건과 시대감각에 맞추어 '네이처존(Nature Zone)'과 '레포츠존(Leports Zone)', '웰빙존(Wellbeing Zone)', '패밀리존(Family Zone)' 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 4개 구역에 축제의 핵심인 즐길거리, 즉 체험프로그램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축제기간 계속 진행한데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상설행사도 마련함으로써 축제효과를 극대화시켰다.

특히 여타 축제와는 달리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풍성했다. 실내돔 형태로 만든 '패밀리존'에서 어린이들은 빙어를 낚아보기도 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다. '열려라 빙어세상'이란 프로그램과 '소망의 바람개비 만들기', '소양호 꾸미기', 겨울 밤 하늘의 별을 직접 관측하는 '이동천문대' 등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전문퍼포먼스공연팀과 함께 하는 축제캐릭터 '수달' 퍼레이드와 퍼포먼스쇼에 즉석에서 어린이들을 선발한 뒤 참가시키고, 어린이들이 즐길만한 겨울놀이도 진행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눈썰매와 얼음썰매타기는 물론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틀과 이글루, 미로, 회전목마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설치된 얼음놀이터를 만들어 어린이들을 동심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빙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빙어낚시. 겨울별미인 빙어잡이를 위하여 너도나도 얼음판에 20㎝ 크기의 구멍을 뚫고 낚시에 몰두한다. 빙어를 잡는 즉시 초간장에 찍어 먹는 모습도 이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구경거리. 빙어요리도 다양하다. 빙어회와 빙어무침, 빙어튀김은 기본이고 빙어탕수어, 빙어훈제, 빙어동그랑땡, 빙어초밥, 빙어양념구이 등 15가지나 된다.

또 얼음으로 뒤덮인 숲과 얼음터널, 눈조각공원, 참가자들이 새해 소망을 적어넣은 얼음바람개비동산에는 디카촬영에 바쁜 사람들로 넘쳐났다. 튜브를 타고 얼음언덕을 내려가 볼링핀을 넘어뜨리는 인간볼링이라든가 얼음축구체험, 얼음알까기, 스노우모빌 눈꽃열차 등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외에 전국얼음축구대회와 아이스서바이벌페스티벌, 눈싸움대회, 한국개썰매선수권대회, 스마트랠리대회 등 눈과 얼음판에서 펼쳐지는 레포츠도 겨울의 진수를 만끽하게 했다.

인제빙어축제는 주5일근무제와 웰빙붐을 타고 '보는 축제'가 아니라 '즐기는 축제'로 바뀌면서 4일동안에는 무려 95만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인구 3만2천에 불과한 인제군을 온통 들썩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