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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기]입질 까다로워도 대물 기대에 설레는 영등철

2006-03-01     경상일보
 
봄을 맞이하여 큰 운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을 터억 붙이고 나니 올 한해 딴 복은 없더라도 적어도 어복만큼은 충만하리란 예감이 절로 든다.

기나긴 겨울동안 동네 낚시터에서 학공치의 향긋한 입맛에 매료되어 부지불식간에 내 곁에 봄이 성큼 찾아왔는지도 모르고 지냈나보다.

음력 2월 바야흐로 대물의 계절이 도래했다.

바람의 신이신 영등할미가 음력 2월 초하룻날 세상에 내려와 농촌곳곳을 살펴보고서는 2월 스무날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영등철에 감성돔 한번 잡아 볼 생각하니 마음이 벌써 설레이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연중 수온이 가장 차며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이다.

낮은 수온으로 작은 고기들은 안정적인 수온이 유지되는 깊은 바다로 이동해버리고 덩치 큰 고기들이 활동하는 시기가 바로 영등철이다.

고기의 활성도는 많이 떨어져 겨우 먹이활동만 하므로 입질이 연중 가장 까다로워 낚아내기가 정말 힘들다. 조과는 거의 꽝이지만 걸었다하면 50cm에 육박하는 행운을 맞이 할수 있는 대물사냥의 기회의 시즌이기도 하다.

연일 '6짜' 감성돔을 배출해 내는 추자도로 갈까? 아님 거문도로 갈까? 즐거운 고민 끝에 욕지도로 가기로 했다.

이른새벽. '끄르릉, 부우~웅…' 고요한 적막을 깨고 희망의 배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 30분 정도 달렸나보다 시계를 보니 새벽3시20분이다.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선장은 속 검은 바다를 거침없이 내달린다. 뱃사람으로서 어지간히 잔뼈가 굵었음을 짐작케 했다.

목적지에 다 왔는지 겁나게 달리던 배가 속도를 갑자기 줄인다. 그러자 우르르 낚시꾼들은 일제히 뱃머리 쪽으로 달려들었다.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 생존과도 같은 꾼들의 치열한 작전들이 구사되고 있는 것이다.

배는 처음 보는 이름 모를 검은 여에 조사 몇 명씩을 쏟아 붓고, 또 다른 여에 몇 명을 쏟아 붓는 작업을 연거푸 해댄다. 특별히 포인트를 생각한 곳이 없어 나는 그 광경을 소 닭 쳐다보듯 물끄러미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지 도대체 어디에 내려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잠시 뒤 나만 남겨진 채 그 많던 사람들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급기야 선장은 나를 주위 인적 하나 없는 한적한 섬에 내려주고서는 "오후 1시에 다시 오꾸마" 하고는 묵묵히 떠나 버렸다.

이제 바다는 몸속의 먹물을 다 쏟아버린 갑오징어처럼 더 이상 어둠을 내뿜지는 못하고 있다. 하늘이 금세 하얗게 밝아지자 사물의 형체들은 속속들이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낚싯대에 매달려 있는 구멍 찌를 하늘로 향해 한번 멀리 뒤로 내 두르고는 대물 고기들이 은신하고 있을 바다로 '휙' 하고 투척했다.

조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유유히 흐른다. 3분이 지났을까, 찌는 최종 종착지인 오른쪽 간출암에 다다랐다.

다시 릴을 감고 던지기를 예닐곱번. 갑자기 ' 쭈욱' 하고 찌가 웬 놈에 의해 빨린다.

' 쒸이익' 하고 강한 챔질에 낚시대 끝이 ' 쿡 '하고 쳐 박는다. ' 쿠우 쿡' 서너번 힘자랑을 하더니만 제 풀에 기가 꺾였는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낚시대는 시위를 놓지 않은 활의 휘임새를 유지하면서 팽팽해진 낚시줄로 고기의 크기를 대충 전달해 주었다. 그런대로 괜찮은 놈임에 틀림없다. 한 두번 요리 저리 나를 이끌더니 급기야 몸을 수중부양을 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군침 넘어가는 40cm급 농어다. 뜰채없이 그냥 '들어 뽕'을 시도했다. 농어는 물속에서 풀쩍 단번에 뛰어 올라 하늘을 박차더니 여기 저기 갯바위를 '통통' 캥거루 모양 잘도 뛰어다닌다. 원줄을 덜 감은 탓인 모양이다.

농어 놈을 살림망에 던져 놓고 새우를 끼우려하니 목줄이 장난이 아니다. 아까 ' 통통' 뛸 때 갯바위에 다 쓸린 모양이다. 뜰채를 들이 댈 껄 잘못 한 것 같다.

얼른 밉밥을 대 여섯주걱 주고선 재빨리 목줄을 교체 했다. 다시 멋진 캐스팅. 찌는 천천히 오른쪽을 흐르더니 ' 번쩍' 하고 순간 강력한 입질이 들어 왔다.

이에 엄청 강한 후킹으로 대응했다. '… 촤짜차악…' 뭔가 엄청난 놈이 내 바늘에 정확하게 아구 깊숙이 꽂혔다. '피이잉'하고 비트 강한 전자피아노 한 건반을 계속 누르고 있듯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길 2분 정도 이젠 고기도 힘이 빠졌는지 순순히 끌려 오기 시작했다.

발 앞 15곒 수면에 허연 배를 보이며 드러누워있는 감성돔을 보니 감격 그 자체였다. 뜰채로 안전하게 갈무리하여 낚아 낸 놈을 보니 애석하게도 45cm급 감성돔이다. 10분 뒤 42cm 감성돔 한 수 더 하고 나니 때 마침 철수배가 들어오고 있다.

영등철에 낚는 감성돔은 씨알면이나, 회 맛에서나 정말 매력적이다.


#감성돔은…

도미과로 모래지역 서식 50㎝이상은 10년생 넘어


감성돔은 농어목 도미과로 은빛을 발하는 회흑색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있으며 50m 이내 암초지대나 해조류가 있는 모래지역에 서식한다. 겨울철 이동을 하지만 일명 붙박이로 이동을 않는 경우도 있다.

봄은 산란의 계절이며 체장 30cm는 4년생이고, 50cm이상은 적어도 나이가 10살은 넘어야 한다. 특히 감성돔은 복잡한 성비를 가지고 있는데 2~3년생은 암수한몸자라며 4~5년부터 완전히 성을 가지게 되고 거의 암놈으로 바뀌게 된다.


#감성돔낚시 주의점

3호이상 목줄·1.75이상 원줄 철저히 바닥층 공략해야 성공


영등철의 감성돔 낚시는 주로 깊은 수심에서 이루어지며 수온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저히 바닥층을 공략해야하며 거의 코앞까지 먹이를 갖다바친다 는 심정으로 뒷줄과 견제등 부지런한 낚시가 요구된다. 대물이 자주 출몰하는 관계로 보통의 시기보다는 다소 강한 3호이상의 목줄과 1.75이상의 원줄을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김태경 울산바다낚시동호회(ulbadong.aykt6.com)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