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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옆 미술관 진흙냄새 배었네 - (7) 클레이아크 김해박물관

2006-04-19     경상일보
 
황량한 들판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너무 황량해서 그런 곳에 미술관이 어울릴까 의문도 든다. 하지만 막상 미술관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그곳이 주는 여유에 젖어든다.

경남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에 있는 클레이아크(Clayarch) 김해미술관(관장 신상호)은 '외로운 섬'같다. 미술관 주변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논과 밭 그리고 낮은 산 뿐이다. 미술관을 찾은 방문객 외에는 인적도 드물다. 덕분에 전시품에 맘껏 빠져들 수 있다.

지난 3월24일 문을 연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이다. 미술관 중심부에 자리잡은 전시관과 전시관 넘어 언덕에 있는 클레이아크 타워, 체험관, 연수관, 도자점 그리고 휴식공간인 카페테리아와 산책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지만 8천400여평으로 건축에 4년 넘게 걸렸다.

클레이아크는 '진흙(Clay)'과 '건축(Architecture)'의 합성어. 진흙을 건축에 응용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친환경 소재인 흙이 건축물에 어떻게 쓰여질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관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안방 주인'이다. 기획·특별·상설전시와 각종 이벤트 등이 열린다.

둥글게 지어진 전시관은 건물 외벽에서부터 눈길을 잡아 끈다. 건물 외벽은 가로 세로 48㎝의 정사각형 타일 5천600여장을 붙여서 장식했다. 신상호 관장의 작품이다. 노랑, 빨강, 파랑, 초록 등의 색으로 기하학 무늬를 그려넣은 다음 구워낸 '구운 그림(Fired Painting)'이다. 이색적이고도 오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각각의 타일들이 벽에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타일 위치만 바꾸면 외벽의 색상과 느낌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전시관 실내에 들어서면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교회나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소녀 잔다르크를 다룬 영화 '잔다르크'에 나오는 성에 들어선 기분이다.

동굴 속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전시관 내에 울려퍼져 청각을 자극한다. 소리를 따라 발을 옮기다보면 하늘이 그대로 보이는 둥근 유리 천장이 나타난다. 그 아래에 마련된 탁 트인 중앙홀, 1층 전시관, 미술관이 지어지지까지의 과정 보여주는 영상실을 거쳐 2층 기획전시관까지 한바퀴 돌아보게 된다.

전시관은 6개월마다 새로운 기획 전시를 마련하는데 그 첫 전시가 '2006세계건축도자전'이다. 오는 10월3일까지 이어진다. 국내 작가를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독일, 일본 등 10개국 16명의 작가가 진흙으로 만든 작품 47점을 선보이고 있다.

말끔하게 도자로 대형 얼굴형상을 만든 일본 작가 준 가네코의 헤드 시리즈, 'ㄱ' 또는 'ㄴ' 모형의 타일을 일률적으로 배치한 국내작가 김정범씨, 도자로 대형 정물화를 그려둔 듯한 미국 작가 베티 우드먼, 도자로 장식 인형을 만든 덴마크 작가 비외른 뇌르고르의 작품 등 욕실 청결을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던 타일이 욕실을 벗어나자 예술이 되어버리는 풍경이 이곳 1·2전시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클레이아크 타워=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등대로 불린다. 대형 우유곽처럼 생긴 것이 높이가 20곒에 달한다. 전시관 외벽을 장식한 '구운 그림'과 같은 소재 총 2천장으로 꾸몄다. 전시관과 타워가 한 세트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상징물이다.

△체험관=클레이아크 타워 맞은 편에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컵, 장식품, 인형 등을 손에 흙 묻히면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도자기를 굽는 '소성'과정을 원할 경우, 구워주기도 한다. 체험하는 데는 5천~몇 만원까지 금액은 다양하다.

△도자관=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에 있다. 경남 김해도예협회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한다. 이곳이 김해 지역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 숍=전시관 1층 입구에 있다. 기획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창작품들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노트 하나 필기구 하나가 모두 독특하다. 흙으로 만든 도자컵, 인형, 장식품 등등 이곳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문화의 밤' 행사=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오후 7시~9시까지 전시관 앞 광장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다. 미술관이 추구하는 건축도자 분야 외에도 와인, 요리, 영화, 콘서트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한다.



#찾아가는 길

울산IC→부산방면 경부고속도로→양산을 조금 지나 김해공항 창원 마산 방면 남해고속도로→대동IC에서 빠져나와 구포 방면으로 직진→만덕·마산 갈림길에서 마산 방면 직진→진례IC. 1시간 30분~2시간. 진례IC를 나오면 정면에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어서 찾아가기 쉽다. 진례IC에서 5분.


#주변 볼거리

△지역작가 도예방=진례IC에서 미술관 쪽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도예방이 있다. 아직 개수는 많지 않지만 김해시는 점차적으로 이곳에 도예방을 늘려 가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도예방을 찬찬히 둘러보면 개성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마을에 위치해 있다. 진례IC 요금소를 빠져 나오면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으로 가면 클레이아크 김해박물관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노 대통령 생가를 찾을 수 있다. 봉화마을 입구까지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서 찾아가기는 쉽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다. 특별히 볼 것은 없지만 휴일이면 많은 관광객이 꾸준히 발걸음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20여분 걸린다. 생가 인근에는 도보로 10여분 떨어진 거리에 도유형문화재 40호 '봉화산마애불'이 있다. 055·343·3001.


글·사진=유귀화기자 duri1217@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