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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경의 한국의축제]지리산과 동의보감 딱떨어진 궁합

2006-05-24     경상일보
 
한방약초체험관 운영등 즐길거리 늘려
인체해부 모습·100여가지 술 전시 인기
한의학발전 공로자 시상 축제의미 더해


초록빛들로 산과 들이 온통 들썩인다. 다시 시작됨이 생의 큰 환희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땅에서 솟아난 풀들은 땅에 기댄 궁핍한 사람들의 먹거리로, 약재로 널리 쓰여 왔다. 어머니 산 지리산, 신선이 내려와 살았다는 곳이고 보면 그 품에서 나는 것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터. 지리산에 기대어 생약의 본고장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산청군의 모습에서 그걸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지리산과 동의보감(東醫寶鑑)의 고장'으로 이름 지어진 산청. 남한 최고봉 천왕봉(1915m)을 중심으로 왕산과 황매산 등 영산과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그러기에 산청에서 자생하는 약초의 품질은 오래전부터 이름이 높았다. 더하여 물맛까지 유별났다. 한방에서 전하는 서른세가지 물맛 중에 최상급으로 치는 한천수(寒天水)는 지금도 샘솟고 있다. 나아가 의성(醫聖) 허준의 스승인 신의(神醫) 류의태와 초삼, 초객 형제 등 많은 명의도 낳았다. 이런 연유로 산청군은 전통한방과 한의학의 본고장으로서의 명성을 잇기 위한 일에 열성이다. 그게 지난 2000년부터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전통한방관광휴양지' 조성과 '지리산한방약초축제'이다.

올해 여섯번째 '지리산한방약초축제'가 지난 5월4일부터 8일까지 닷새동안 치러졌다.

올해는 관람객의 흥미를 돋우고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테마가 있는 한방약초체험관을 새롭게 만들어 운영했다. 여느 해와는 달리 체험 위주의 즐길거리와 먹거리 확대에 힘쓴 모습이 역력했다. 산청군이 산골마을이란 약점을 딛고 청정자연이란 강점과 한방의 본향이란 전통을 접목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었다.

주행사장인 '지리산한방약초체험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장식됐다. 한약과 허브로 꾸민 입구부터 관람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인체의 오장별 약초체험과 한약재 비교체험, 한약재 건표본체험, 한방약초 상식알기체험 등 토종약초와 한방 관련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동굴형태로 만든 인체를 해부한 모습과 좀처럼 보기 힘든 700여 종류의 약초를 심은 화분에다 200여 종류의 한방건재표본, 100여가지 약초술도 전시돼 관객들의 탄성이 절로 이어졌다.

또 다른 체험행사인 산청군의 옛 이름을 딴 '산음혜민서 진료체험'은 한의사들로부터 사상체질검사와 한방무료진료, 한방약 처방을 받고 봉침과 약쑥 뜸 무료체험, 수지침 체험, 황토손 체험을 하도록 했다. 어의와 의녀복 입고 사진찍기와 건강소망기 달기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곁들여 산청 출신인 문익점 선생이 목화를 첫 재배한 것을 기려 목화씨앗과 약초를 나눠주기도 했다.

체험을 겸한 경연 프로그램으로 한약재 썰기대회와 한방약초 웰빙요리대회, 한방약초 OX퀴즈대회, 농약놀이 경연 등이 펼쳐졌으며 어린이와 가족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렸다. 약초그리기 대회와 어린이 동요대회, 가족 장기자랑 등도 펼쳐져 시대변화에 따른 가족관람객을 불러모으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먹거리로는 한방을 활용한 향토음식체험과 지리산 한방탕, 약차체험, 한방약초 칵테일체험, 한방요구르트 체험행사도 열렸다. 특히 지금도 물이 솟아나고 있는 '류의태 약수터'에서 길어온 약수체험은 반응이 뜨거웠다. 류의태 선생이 사용한 뒤 '류의태 약수터'로 이름이 붙은 왕산 아래에 있는 약수터에서 솟아나는 이 물은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약연기류와 약탕기류, 약저장기류, 약도량형기 등 한방 관련 유물전시회와 산청 자생약초 사진전시회 등 전시행사도 펼쳐졌다. 특히 산청이 '생약의 본향'으로 일컬어지게 한 '류의태, 허준 선생'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산청군 금서면 특리 9만평에 국내 최초로 조성되는 '전통한방휴양관광지'에서 열렸다.

특히 눈 여겨 볼 행사로는 미래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약초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학술심포지엄과 함께 한의학 발전에 이바지한 인사에게 수여한 제3회 '류의태·허준 상' 시상. 이는 지리산한방약초축제가 단순히 즐기는 축제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지리산한방약초축제에 맞춰 '황매산철쭉제'와 '지리산 산청차 시연회', '경남예술한마당 큰잔치' 등 세개 축제도 열렸다. 수십만평 황매산 고원에 펼쳐진 선홍색 철쭉을 배경으로 끝없이 넘실대는 조팝나무의 흰물결, 아스라히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기까지 어우러져 산청을 찾은 관광객들은 5월 축제의 초록물결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