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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이 일상화된 아이들 - 일곱번째 이야기

2006-06-02     경상일보
 
과외교사를 하는 친구가 흥분하며 해준 이야기다. 어느 잘 사는 집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음료수를 내려놓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자 아이가 어머니를 째려보면서 "××같은 ×"라고 욕을 했다. 들릴락말락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뺨을 후려치고는 나와버렸단다. 신발을 신고 있는데 영문을 알 리가 없는 어머니가 "우리 애가 무슨 잘못을…, 시험이 얼마 안남았는데 좀 봐주세요"라며 사정했지만 차마 아이가 엄마 욕을 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그냥 나왔단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엄마를 그렇게 말할까 싶었다. "요즘 애들 정말 예의가 없다"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특별히 나쁜 아이겠거니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두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탔다. 여고생들이 우르르 버스에 올랐다. 교복 차림새가 예뻐서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웬걸, 아이들 말본새가 장난이 아니다. "××, 우리집 ×××이 학원비도 안 주고. ××,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잔소리는 ×같이…" 지네들끼리 큰 소리로 주고 받는 말이 방송용으로 따지자면 '삐리리' 처리를 해야할 부분이 절반 이상이다. 그것도 십원짜리 욕설의 대부분이 자기 엄마를 일컫는 말이었으니 내 귀로 직접 듣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게다.

청소년들의 욕설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정말 기가 막혔다. 말끝마다 '십원짜리 동전'을 다는 아이나 또 듣고있는 아이나 모두 너무 자연스러워서 '요즘엔 저런 말이 욕이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었다.

나처럼 이렇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도 꾸중 한마디 못하고 지켜만 보는 어른이 늘어나는 동안 친구에, 선생에, 어느덧 부모에게까지 막말을 해대는 세상이 온 건가. 그래도 그렇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을 고스란히 듣고 앉아 있는 우리 아이들 얼굴을 공연히 빤히 쳐다봤다. '얘들도 나중에?'

홍영진 객원기자 thinpiz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