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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남의 불행이 위로가 된다

2006-06-09     경상일보
대학 동창이 4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해 집들이를 한단다. 계모임을 하는 4명이 함께 갔다. 아파트로 올라가기 전 1층에서 한번, 현관에서 또 한번 초인종을 누르고 그 때마다 카메라에 얼굴 도장을 찍고서야 들어갔다.

실내로 들어서니 친구는 늘 보던 모습이 아니다. 깔끔하게 화장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앞치마까지 빳빳하게 다림질을 해 입었다. 24평 서민아파트에선 평범한 '아지매' 였는데 갑자기 속칭 '사모님'이 돼 있다. 베란다를 터서 거실이 마치 운동장 같이 넓어서 눈이 커지려는데 한 친구가 "아담하니 좋다~" 한다. 그 친구는 몇 년 전부터 50평대 아파트에 산다. "와~ 넓다" 안한게 얼마나 다행인가.

새로 맞춘 이태리식 식탁에 앉아서 2시간여 웃고 떠들었는데 머리가 윙윙 울리고 입꼬리가 아프다. 수다에 끼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면서, 어거지 눈웃음만 짓고 있었던 탓이다.

한 친구는 신랑이 새 차를 뽑는 바람에 헌 차를 타게 됐다고 불평이다. 헌 차는 뉴그랜저다. 또 한 친구는 2년 과정으로 아이들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 비자를 신청했는데 나올지 걱정이란다.

돌아오는 길에 '같은 학교 졸업하고 불과 10여년 만에…' 구시렁구시렁. 씩씩거리면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금융거래가 정지된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업이 힘들어질 때는 발을 동동 굴렀는데 이제는 오히려 맘이 편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몇년 전 비슷한 일을 겪은데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또다른 친구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간혹 남의 불행 때문에 위로를 받는 일이 있다. 그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그 위로가 에너지가 되어 보잘것 없는 내 것에 감사하게 되고 더 나아가 남의 행복도 축복할 수 있는 너그러움도 생기는 법.

그제서야 집 장만한 친구가 10년 세월을 학습지 교사로 발을 동동 구르며 살았던 기억이 난다.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난 왜 이렇게 늘 한발짝 늦는지 모르겠다.

홍영진 객원기자 thinpiz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