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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소절 한소절 생명 불어넣어 - 시낭송가 구경영씨

2006-10-08     경상일보
 
- 전국시낭송대회 금상등 국내 최고 정평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박인환 시인의 시 '목마와 숙녀'중)'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를 낭송하는 시낭송가 구경영(36)씨가 선 무대는 시집의 한 페이지 같았다. 누구나 서너 번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시. 그러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구절 처럼 구씨가 읊어주는 시는 의미 있는 시로 다가와 시인과 시 제목을 다시 한 번 찾아보게 한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의 기획공연인 수요예술무대 뒤란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구씨. 같은 무대에 자주 출연하게 되면, 으레 식상하기 마련. 하지만 구씨를 두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러 차례 무대에 서더라도 같은 시를 낭송하는 법이 없고 소개되는 시들의 느낌도 각기 다르다. 심지어는 시극(詩劇)이란 형식도 선보이고 있어서 시 읊는 사람은 같아도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시를 읊어서 듣는 사람들의 가슴이 출렁거렸으면 합니다. 시인이 글로 표현한 내면의 소리를 나의 목소리를 빌어 사람들의 심성을 자극하는 것이죠."

그의 낭랑한 목소리에 귀는 즐겁고 감정을 잘 살려 읊어내는 시 한 구절 한 구절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 이유를 그는 자신이 시 속에 풍덩 빠질 지경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끈질긴 노력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노력 덕에 구씨는 지난 97년에 시낭송 전국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전국의 내로라하는 시낭송가가 모인 자리에서 '나의 시낭송법'을 주제로 초청 강의도 했다. 또 최근에 전국시낭송회가 명시 100편을 모아 발매한 시낭송 음반에서는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를 녹음, 서울 지역 시인과 시낭송가들로부터 100명의 시낭송가 중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현재 울산재능시낭송 회장을 맡아 개인 활동때 보다 더 바빠졌다는 구경영씨. 보다 나은 시낭송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는 대학시절 한때 열정을 전부 쏟아부었다는 연극에 도전해 볼 작정이다. 유귀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