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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취하고… 경치에 반하고…

2007-01-03     경상일보
 
충북 영동행 객실 한량 '와인테마열차' 운행
포도등 장식 푸근한 객실 4가지 와인 서비스
여행+와인시음+식사+와이너리체험 일석사조




날이 다시 추워진다. 엊그제 내린 눈비로 도로가 꽁꽁 언다. 울산지역 운전자들은 아무래도 눈길 드라이브가 낯설다. 스노우 체인을 감았다 하더라도 낯선 여행길 내내 운전석은 긴장감이 돌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일행 모두 즐거워질 수 있는 열차여행을 떠나보자. 줄어드는 부담감만큼, 여유와 낭만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에서는 겨울철마다 늘어나는 열차 여행객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 부부나 연인들의 오붓한 여행을 위해 올 겨울 새롭게 운행되는 와인 열차에 직접 탑승해 본다.





매주 목요일 오전 9시30분 부산발(서울행) 무궁화호 열차는 어딘가 특별하다. 한국철도공사와 (주)와인코리아가 지난달부터 운행하기 시작한 와인열차다. 목적지는 (주)와인코리아 주조공장이 있는 충북 영동군 영동역.

앞머리쪽 한 량이 다른 객차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실사로 뽑은 포도송이와 꽃망울이 겉면을 감싸고 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젊은 안내원이 객차로 들어서는 여행객들을 일일이 맞는다. 내부 벽면 역시 실사 포도넝쿨이 장식한다. 의자도 다르다. 총 52석인 좌석 중 대부분은 마주앉도록 디자인한 2인용 소파다. 물론 테이블을 중간에 두었다. 천장 와인잔 걸이는 요동이 있을 때마다 쨍그랑 쨍그랑 소리를 낸다. 한쪽 구석엔 창문 밖을 정면으로 내다보도록 개인용 의자를 일렬로 비치했다. 턱을 괴고 스치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자니 마치 한적한 바를 찾은 느낌이다.

안내원은 우선 객차 안 모든 이에게 와인잔 하나씩을 돌린다. 여행객들은 자신의 전용 와인잔을 목걸이형 주머니에 보관하면서 하루종일 다양한 와인을 맛보게 된다.

열차가 출발하자 과일과 비스킷 등 간단한 다과 접시가 나온다. 담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술사들이 테이블을 돌며 다양한 개인기를 펼친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드디어 안내원들이 각 잔에 와인을 조금씩 따르기 시작한다. 떫은 맛, 신맛, 달콤한 맛 등 4가지의 와인을 차례로 권한다. "와인 한 병에는 72가지 맛이 섞여 있습니다. 어떤 맛인지 한번 맞춰 보실래요? 벌컥 삼키지 마세요. 한 모금 입에 넣은 뒤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 훨씬 다양한 맛이 느껴집니다."

여기저기 여행객들의 대답과 폭소가 잇따른다. "달콤한 것이 꼭 주스같다." "아까 것은 너무 달기만 했어. 개운하니 내 입엔 이게 맞아" "나원 참…. 와인에서 막걸리 맛이 나는 걸." "포도주인줄 알았는데 이건 복분자로군." "곰팡이 냄새가 나는데 나만 그런가?"

지난 목요일 와인열차에는 울산을 비롯해 부산, 양산, 김해지역 주민들이 한데모여 있었다. 월례 모임을 열차여행으로 대신하는 산우회도 있고, 연말을 맞아 부부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는 중년 부부도 있다.

열차에 동승한 이강전(64·부산 수요산우회장)씨는 "산행도 좋지만 한번쯤은 특별한 부 부동반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버스나 자가용보다 친밀도나 유대감이 더 깊고, 와인 이색체험까지 곁들여지니 이번 모임은 대성공인 셈"이라 만족스러워한다.

남편 강호창(52)씨와 동행한 배경숙(50) 주부는 "한의원 운영으로 늘 바쁘기만 하던 남편이 시간을 쪼개어 특별히 마련한 데이트"라며 "하루 코스이긴 하지만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운전대에 얽매이지도 않아, 미루어왔던 대화를 부담없이 나누었다"고 흐뭇해한다.

자칭 여행 마니아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김외득(52), 이정숙(51) 주부는 반갑게도 울산 사람들이다. 이들은 깨알같은 메모장을 보여주며 "열차관광을 앞두고 평소 잘 몰랐던 와인상식까지 공부했다"면서 "와이너리 체험내용에는 변화가 없으니 시간절약을 위해 동대구역에서 승·하차해도 좋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여행수첩

와인열차는 무궁화호 객실 한 량을 포도나무 터널과 토굴 숙성고 분위기로 개조한 테마열차다.

서울~영동(주 2회 월,토요일) 부산~영동(주 1회 목요일) 구간을 주 3회 운행한다.

울산에서는 매주 목요일 부산역(오전 9시05분)이나 동대구역(오전 10시39분)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영동역 하차시간은 정오, 체험행사 뒤 오후 5시 다시 부산행 무궁화호로 귀가한다.

이용요금은 왕복열차요금, 와인시음, 점심뷔페, 와이너리 체험 등을 포함해 6만원.

현재는 당일 코스지만 올 6월부터는 농장형 펜션숙박 및 온천욕을 포함한 1박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문의 054·429·2004.



글·사진=홍영진 객원기자 thinpiz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