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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태권브이… 어릴적 친구들을 만나다

2007-02-14     경상일보
 
시대·장르별 전시 한국만화사 압축
국내 유일본 등 희귀자료 다수 소장
둘리 인기 으뜸 별도 전시코너 운영
인기작품 진열된 체험실 독서삼매경


학창 시절, 만화책을 읽다 들키는 순간 부모나 담임에게 혼쭐났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만화책을 책가방 속에 몰래 넣고 다니면서 읽기를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노인과 바다> <죄와 벌> 등 외국 고전을 읽는 건, 칭찬받을 일이고 만화책을 읽는 건 금기시됐던 때가 분명 있었다.

과거, 소위 '천대' 받아왔던 만화책.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데, 바로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이다.




한국만화박물관은 '만화특별시'로 불리는 경기도 부천이 자랑하는 볼거리 중 하나다.

'만화'가 1·2·3권 등 여러 편으로 나뉘어 이야기 한 편이 완성되듯, 이곳 박물관은 '만화'를 테마로 시대별 소재별 장르별로 나누어 전시해 한국 만화사를 압축해뒀다.

박물관은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부천종합운동장 내에 들어섰다. 각 박물관이 갖고 있는 소재에 따라 개성 있게 단독 건물로 지어지는 여느 박물관과는 다르다. 때문에 외관만 보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입구에 발을 들인 이후 알게 된다.

이곳은 지난 2001년에 문을 열었다. 문화관광부와 부천시, 부천만화정보센터가 함께 설립했다. 한국 만화 역사가 100여년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그 관련 자료가 대부분 소실돼가는 것이 안타까워 3주체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박물관 건립 추진과 함께 수집된 자료는 4000여점. 오랜 만화 역사에 비해 안타까운 수다. 만화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코너에서 '만화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이란 문구가 반복돼 적혀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이런 자료들은 자료관 전시관 체험관 등에 나뉘어 제 자리를 잡고 있다.

먼저 둘러보게 되는 자료관은 한국 만화의 역사와 주요 소장 만화책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의 얼굴 격인 희귀 만화들이 모두 이곳에 있다.

특히 <세태만상>(1954), <만리종>(1959), <코주부삼국지>(1953), <헨델박사>(1952) 등은 박물관이 대표 소장품으로 자랑하는 작품들. 표지는 낡디 낡았고 다소 촌스러운 이 작품들은 각각 발표된 당시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한 데다 <헨델박사>는 한국 최초의 SF만화이기도 해 가치 면에서 우수한 전시물들이다. 자료관에 전시된 만화는 국내 유일본이거나 단 몇 권 밖에 남지 않은 희귀작품들이기 때문에 이곳 아닌 어디서도 같은 자료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전시관은 만화를 그리는 사람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이도영 김동성 이미라 이우영 작가 등 시사·명랑·어린이·순정·하드보일드·역사만화 등 장르별 작가 160여명의 얼굴 사진과 대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아는 만큼 재밌다'고 한 옛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학창시절 재밌게 읽었던 작품과 작가의 기록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켠에는 만화 '둘리'의 작가 김수영씨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어 눈에 띈다. 만화 '둘리'가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일까.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한 켠에는 만화 '둘리'의 주인공 캐릭터 전시 코너가 있다.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인기를 끄는 전시물은 단연, 둘리의 주민등록증. 2003년에 발급된 주민등록증에는 둘리가 웃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고 주민등록번호(830422­1185600)는 물론이고 주소(부천시 원미구 상1동 412­3번지 둘리의 거리)까지 명시돼 있다. 주민등록증에 적혀 있는 둘리의 거리에서는 매월 첫째주 토요일 페이스 페인팅, 캐리커쳐 그려주기, 길거리 음악회, 도자기 만들기 등 각종 이벤트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전시실 중 방문객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체험실일 것이다. 체험실은 한 마디로 만화방이라고 보면 된다. 족히 몇 천 권은 되어 보이는 만화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고 마련된 탁자에 앉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각기 다른 종류의 만화책을 탁자에 둘러 앉아 숨 죽여 읽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나름대로 이색 풍경이다.

일종의 저급 문화의 하나쯤으로 여겨지곤 했던 만화. 이곳 한국만화박물관을 들러보면 한국 문화의 소중한 한 축임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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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울산IC에서 서울 방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김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여주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 안산 방면으로 가다가 시흥을 지나 장수IC에서 내리면 된다. 장수IC에서 부천시청까지 5분 가량 소요되는데, 부천시청에서 부천종합운동장 5분 가량 직진하면 찾을 수 있다. 총 소요시간 5시간~5시간30분.

관람시간은 3월~10월 오전 10시~오후 6시, 11월~2월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는 1500원~3000원이다. 032·320·3745.



유귀화기자 duri1217@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