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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인기 "선수처럼 말 한번 타볼까" - 부산경남경마공원

2007-02-28     경상일보
 
전국에 3곳…40만평규모 일반 축구장 200배 크기
금요일에만 실제 경주 … 토·일요일엔 화상 경주만
어린이놀이터·호수공원등 무료 휴식공간으로 인기




때이른 봄소식에 가슴이 설렌다. 눈꺼풀을 헤집는 봄햇살은 꼭 부모의 늦잠을 깨우는 철부지를 닮았다. 이번 달은 새 학기를 시작한 자녀와 학부모 모두 마음이 바쁘다. 그래서 한나절 일정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을 여행지로 정했다.

경마공원 체험프로그램을 주요 테마로 정하고, 인근 지역 볼거리 한두곳을 추가한다면 새로운 레저문화와 주변 자연환경, 예술의 향취까지 '짧지만 알찬'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무료체험 프로그램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된다. 일주일 전 인터넷(www.kra.aykt6.com)으로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시간 가량 걸리는 체험프로그램은 27명 정원의 미니버스에 탑승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하루 5회 이어지는 프로그램 중 첫 회라 참가자는 3가족 11명 뿐이다.

"경마공원은 전국 세 곳에 있어요. 서울, 제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입니다. 이 경마공원의 면적은 40만평, 일반 축구장 200배 넓이예요. 행정구역상 부산과 경남(김해) 두 곳으로 정확하게 절반씩 나뉘어져 있죠. 그래서 공원 이름도 부산경남경마공원입니다."

공원 내 각종 시설물을 지나칠 때마다 안내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조각상은 한국마사회 상징물과 같아요. 세 곳의 경마공원 정문에 똑같은 조각상을 두었죠." "다음은 몇년 전 부산아시안게임 승마경기가 치러진 임시경기장입니다. 이 주변이 경마공원으로 거듭난 이유를 제공한 셈이죠. 13~55세 남녀노소라면 누구나 이곳 무료강습회에 참여할 수 있어요." "이 잔디밭은 범방패총 유적지입니다. 곧 발굴될 예정입니다."

마사회 운영에 대한 짧은 영상물 관람을 마친 뒤 1000여채의 마사단지에 다다른다. 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마사단지를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이국의 한 농촌같다. 외벽 창문마다 일제히 말 머리가 쑥 나오더니 버스에서 내리는 낯선 방문객들을 주시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긴 복도가 나온다. 독방을 차지한 말들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일렬로 마주보며 늘어서 있다. 창살 사이로 얼굴을 내민 수십여 마리 말들이 조금전보다 더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 곳 말들은 모두 경주마입니다. 예민하기때문에 소리를 지르거나 가까이 가면 위험해요. 부모님들은 자녀분의 손을 잡아주세요."

'엔젤' '루비' 등 이름만큼 잘 생긴 말들이 바로 옆에서 "쉭~쉭~" 콧김소리를 낸다. 긴장한 빛이 역력하던 아들이 반질반질 윤이 나는 흑마를 가리키며 "엄마! 쟤 이름은 키스래"하고 킥킥 웃는다. "예쁜 이름이지만 이 곳 마사에서 제일 못된 놈이야. 어른들이 벌써 여럿 다쳤거든. 그쪽으론 가까이 가지마세요"하고 안내원이 주의를 준다.

"경기직전 말갈기를 자르기때문에 갈기가 짧을수록 근래에 뛴 말이되죠. 경기에 참여한 말은 3주의 휴식기간을 가집니다. 저기 보이는 '쿨댄스'는 아예 갈기가 없죠? 어제 경기에서 8연승을 달리던 '루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죠. 초보자라면 잘 모르시겠지만 쌍승식 5000배를 터트린 스타급 선수예요."

마지막으로 말 병원을 들른다. 말들의 종합병원이라는 이 곳은 주차장처럼 넓은 실내공간에 두 대의 '고정틀' 장치가 있다. 아픈 말을 진료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말을 옭아맬 때 사용한다. 마치 고문틀 같다. 7곘의 위력을 가진 뒷발질로부터 수의사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란다. 수술실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마취된 말이 다리를 위로 든 채 눕게되면 500~700㎏의 거구를 견디다못해 척추가 산산조각 난단다. 천장에 매달아 놓은 레일과 고정고리 등은 정신을 잃은 말을 옮기거나 수술 집도때 사용하는 장치다.

버스는 마지막으로 경기장 한쪽 관람대에서 멈춘다. 관람대에 올라서니 2000~1400m에 이르는 3코스 경마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쉽게도 매주 금요일만 진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고, 토·일요일엔 대부분 화상경기만 있다. 타원형 레일의 중앙은 호수공원이다.

경마공원에는 경마만 즐기러 오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호수를 둘러싼 또다른 레일은 인라인스케이트장이다. 수십명의 인라인 마니아들이 장난감 미니어처 처럼 줄지어 달린다. 어린이 놀이터와 미니축구장, 자전거 공원, 승마체험장 등도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모든 시설물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시락만 준비한다면 큰 부담없이 아이들과 한 나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글·사진 홍영진 기자 thinpiz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