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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기업과 발명관리-발명의 날(5월19일)을 지나며

2007-05-24     경상일보
 
2002년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일본 시마즈제작소 주임인 다나카 고이치를 선정해서 일본 사회를 놀라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노벨상을 받은 후에도 그의 삶에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학사학위만 갖고 열도의 영웅이 된 그는 지금 수많은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소니사입사시험에 떨어진 자신에게 일할 기회를 준 시마즈제작소에서 여전히 단백질분해관련 연구에 파묻혀 있다. 월급이 약간 올랐다고 한다.

당시는 나카무라 슈지 박사가 자신의 직장이던 니치아사를 상대로 제기한 청색반도체발광소자(LED) 관련 소송이 대서특필되던 때였다. 나카무라박사는 니치아사에 다닐 때 발명에 대한 대가로 20만원정도의 포상금을 받았었지만, 회사를 그만둔 후 소송을 통해 약 2000억 원의 직무발명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하였다. 당시 그는 일본을 떠나 있었고, 일본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푸대접이 인재유출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회사가 박사에게 약 84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화해하고 마무리되었다.

한편 발명에 밤을 새우기는커녕 동료가 일구어 낸 기술을 송두리째 빼돌려 경쟁기업이나 외국에 파는 파렴치한도 적지 않다. 로마시대에도 경쟁사업자의 노예를 사다가 영업비밀을 캐내던 사람들이 법의 제재를 받은 기록이 있고, 누에씨는 산업스파이 이야기에 단골소재였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이런 사람들이 늘뿐만 아니라 그들의 침해기술은 과학의 발달을 앞서는 형편이니 심각하다.

필자는 이들 여러 유형의 직장인들의 도덕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위의 사례처럼 직장에서 발명이나 기술개발을 실현한 근로자가 어떤 대접을 받고자 하는지, 기업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지켜내는 일을 근로자의 성품이나 인격에 좌우되는 문제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세상이 바뀌고 법이 바뀐 것이다.

요즘 세상에 천재가 영감을 얻어 혼자 발명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나라의 특허출원은 76% 정도가 기업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런데도 직무발명제도를 실시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20% 정도에 머물고, 중소기업이나 대학의 사정은 더 답답한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이 제도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고용하고, 기술개발시설과 장비를 제공하고, 급여를 준 근로자가 한 발명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의 직장을 평생 다니겠다는 생각이 적어지고, 근로자 개개인의 권리의식이 향상되고, 때마침 지적재산의 위력이 커지는 세상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사실을 냉철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근로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이 연구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막대한 시설, 안정적인 급여, 구성원들 간의 팀워크, 현장에 녹아 있고 고여 있는 지식이 없었다면 자신의 발명이 이루어질 수 있을 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건은 자신의 발명 때문이 아니라 유명 연예인이 모델이 되었기에 더 팔려 나갈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그래서 사용자나 근로자가 상대방에게 정당한 몫을 주겠다는 상생의 정신이 절실하다.

울산은 뭐라 해도 산업도시이다. 그런데 광역지방자치단체 소재기업의 특허출원 건수를 기준으로 울산의 순위는 BT(16위), 석유화학(15위), 정말화학(15위), ICT(13위), 가전(15위), AV(10위), 자동차(12위), 기계(9위), 섬유(14위) 등으로 매우 부진하다. 더 걱정되는 것은 지역소재 기업의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출원의 연평균 증가율은 1990~1994년 47.7%에서 1995~1999년 9.5%, 2000~2004년 4.3%로 둔화하고 있다. 신기술과 신산업의 창출 동력이 절실하다.

물론 이런 통계가 나오는 것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지적재산 관련 업무를 본사차원에서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국의 다른 기업의 실상을 볼때, 울산소재 기업의 지적재산관리가 철저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 기업과 근로자가 발명에 대하여 바르게 인식하고 기업성장의 동력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에 울산이 선도지역이 되었으면 한다.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