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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빵과 예술

2007-05-28     경상일보
 
인간은 무엇인가로 배를 채워야만 살아갈 수 있다. 빵! 이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예술도 빵이 해결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예술가도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예술 활동으로 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적 보장이 없으면 예술활동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빵이 전부는 아니다. 빵으로 배를 채워도 허전함이 여전하다면 사상이나 지식, 예술 등 마음 속의 감성을 자극하여 정신의 배를 불려야 한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이전 중세까지는 예술이라는 이름이 없었다. 길드라는 상인조합의 조합원이 되어 건축물의 구성요소로서 회화, 조각, 수집, 공예, 토목,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장인으로 활동했다. 르네상스시대에 들어오면서 진정으로 예술이 인정을 받고 화려하게 꽃피기 시작했다. 예술이란 이름으로 화가로서의 인정을 받으며 살수 있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수많은 걸출한 예술가들로 인해 문예부흥이 일어났다.

시대상황에 따라 추구하는 방향이나 창작되는 예술품은 달랐다. 예를 들면 교권이 절대적이었을 때는 종교화가 주를 이루었으며, 왕권이 강했을 때는 왕을 찬양하거나 기록화, 초상화 등이 주제를 이루어 표현되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규모가 큰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었다.

근대에 들어와서 왕권이 무너지고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화가에게도 크나큰 충격과 혼돈이 초래됐다. 생활이 궁핍해진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고흐나 로트렉, 모딜리아니, 밀레,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중섭이나 박수근 같은 많은 작가들이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처절하게 살다갔다. 그들의 값진 희생으로 사회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참된 예술의 가치를 추구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미술품들이 여러 곳에서 제법 큰 규모로 전시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프랑스 오르세 박물관 특별전이 열리고 있으며, 역사박물관에서는 중국의 국보전이 열리고 있다. 울산 현대예술관에서도 이탈리아 판화 특별전이 열려 르네상스의 찬란한 미술품이 울산의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이 우리나라에서 소개되고 관람객의 홍수 속에 전시되고 있음을 볼 때 우리 국민들도 예술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한 단계 더 높아진 듯하다.

미술품 경매도 시작돼 수십억원대 미술품이 거래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칫 미술품을 투자가치가 있는 부동산의 개념으로 인식하지는 않는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예술적인 감성이나 수준이 높아져 미술품이 미술품으로서의 기능과 가치가 인정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에서 열린 한 아트페스티벌에서 매출이 200억원대에 가까운 미술품이 거래되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먼 이웃나라의 꿈같은 이야기가 아닌 분명 우리의 이웃동네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다. 울산에서도 화가들의 그림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힘들게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 용기와 격려와 희망과 빵이 된다면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는 5월31일부터 12일간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울산광역시미술대전이 열린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입상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미술품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문화예술회관과 현대예술회관, 그리고 지역의 화랑으로 발길을 옮겨보면 어떨까.


손돈호 울산미술협회 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