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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自由人, 文化人, 平和人

2007-05-29     경상일보
 
선진 외국을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자유분방한 예술도시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이 연중 북적이는 샌프란시스코에는 빅토리아식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거리를 연출한다. 집의 외벽을 도색할 때도 시의 허가를 받아 색깔을 골라야 하며, 광고판 하나를 걸때도 색깔과 크기에 대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단 샌프란시스코 뿐 아니고, 선진국의 어느 도시도 이와 같은 규제를 받는다. 미국은 단독주택 잔디밭의 잔디가 길어지면, 동네사람들이 잔디를 깎으라고 요청하며,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고발한다. 동네의 경관을 망친다는 이유에서다.

동경에서 술집이 몰려있는 현란한 아카사카에도 건물 간판이 조그마하게 일렬로 정리되어 있음을 본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문란하게 행동할 것 같은 선진국 청소년 역시 실제로 찾기 힘들다. 서구인, 일본인의 청년들은 매우 자유스러운 성생활을 할 것이라는 착각조차 한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 여기저기서 남녀학생들이 연출하는 보기 껄끄러운 장면은 아무리 자유분방한 캘리포니아의 대학들에서도 보기 어렵다.

타인의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면을 자극하는 행동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자유민주공화국이다.

몇 년 전 포항의 어느 초등학교가 일본의 어느 초등학교 축구팀을 초청해서 축구시합을 했다고 한다. 축구시합에서는 포항의 초등학교가 승리를 했다. 시합 후에 양 팀의 선수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는데, 그곳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우리 아이들은 서로 먼저 뛰어 올라가 식사가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을 들고 반찬부터 먹느라고 난리인데, 일본 아이들은 자기들 신발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벗어 놓은 신발까지 나란히 놓고 식탁 앞에 무릎 꿇고 앉더란다. 선생님의 식사시작 얘기가 나오자 그때야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포항의 그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크게 감동하여 이후로 사회윤리교육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직접 본 장면이다. 패스트 푸드 점에서 약 세 살 정도 된 아이가 칭얼대니까 엄마가 벽을 마주하게 세우고 단호하게 야단치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는 식탁에서 눈물만 흘리면서 꾸역꾸역 빵을 먹고 있었다.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질서문화교육을 현장에서 시킨 것이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를 모토로 생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자고로 문화는 속박이다. 귀찮다. 지켜야 할 것도 많고, 조그마한 행위를 해도 남을 의식해야 한다. 문화인이 되려면 자유인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교훈은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이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되 만용하지 않는 자유인,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되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주위를 의식하며 공중도덕과 사회규범을 중시하는 문화인, 그리고 그 두 가지 인간상을 겪으면 드디어 모든 이들과 더불어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평화인이 된다는 뜻일 게다.

우리가 먹을 것도 없고, 입을 것도 없었던 생존의 시절에는 자유나 문화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이제 그 처절했던 생존의 시절을 끝내고 생활의 시대를 거쳐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자유의 시절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크게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제는 한걸음 더 나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식생활에서 식문화로, 음주생활에서 음주문화로, 성생활에서 성문화로. 자유인에서 문화인으로.


윤범상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