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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주가예찬

2007-06-07     경상일보
 
널뛰는 주식 시장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롭게 기록되는 지수 최고치에 증권전문가들도 감탄하는 모습이다. 중국시장의 폭락을 에둘러 국내 증시의 조정을 암시하던 전문가들도 슬그머니 말꼬리를 감추고 있다. 연중 최고가 전망치가 자꾸 감상적으로 변해간다. 며칠 사이에 종합지수가 1600에서 1700을 넘어서더니 더욱 급속히 1800을 향해 내달리니 목표치를 섣불리 낮추는 전문가는 객장에서 탈락해 사라질 위기다. 국제적인 황소랠리에 동참하고자 너도 나도 증권계좌를 트니 증시 예탁금은 계속 늘어만 간다. 이젠 돈의 힘으로 밀려가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뛰는 객장에도 열탕과 냉탕이 함께 공존한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대비 24% 정도 오르는 동안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은 연초 대비 250%정도 오르고, SK는 52%인 반면에, 반도체와 첨단기술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철옹성 바닥이라고 믿었던 60만원을 뚫고 내려와 20% 정도까지 하락하는 조정을 겪었고, 현대차는 연초 이후 등락을 보이다가 원 위치로 돌아 온 상태다.

주가와 마찬가지로 산업현장의 체감도 온탕과 냉탕이 교차한다. 조선기자재 업체는 계속된 호황으로 물량소화에 여념이 없는 반면에 원/달러 강세에다 경쟁국인 일본의 엔저환율까지 겹친 자동차는 시름이 깊다. 주가가 실물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에 실물이 그 만큼 변했다고 할 수는 없고 지금까지의 실적과 앞으로의 전망이 어우러져 결정된 시장가격의 결과인 것이다.

사실 산업의 성장성 측면에서 보면 조선산업이나 석유정제산업이 전자나 반도체 산업만큼 역동적으로 변하는 산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차별적으로 상승한 이유는 수익성 측면의 평가가 크게 반영된 것이리라. 수익성이란 원가와 시장가격의 차이가 크거나 동일한 설비로 생산해 낸 물량이 많을 경우에 얻어지는 결과다. 물론 동일 산업 내에서 비교하는 경우엔 어느 정도의 차이는 나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조선이나 석유산업부분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이익률 측면에서 커다란 부가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에서 평가 받는 경영의 성과는 경영자와 종업원이 함께 힘을 합쳐 이룩한 생산성 향상에 기반을 둔 피나는 노력의 성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단히 칭찬받아 마땅한 성과인 것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으로부터 슬며시 걱정이 앞서는 것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의문이다. 마지막 불꽃처럼 화려하게 타고 말 것인지 아니면 향후 10년, 20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 제기인 것이다. 이 문제는 비단 조선이나 석유산업 분야만이 아니고 이미 중국에 의해 경쟁력을 점차 상실해 갈 위험에 처해있는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의 공통된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미 성숙한 산업에서는 수익체감의 법칙이 작용하여 더 이상 줄일 수 있는 원가 요인이 없게 된다. 마른 수건을 더 짜는 방식으론 버텨나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원가절감에 쏟는 정력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변천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에 쏟아야만 한다. 혁신은 지속적인 개선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통찰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뭔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게임의 법칙을 바꿔가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능의 상품으로 신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의 성장전략만이 전통 주력산업의 생명력을 강화시키고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주가가 10,000, 100,000을 넘어선 시대에도 국내 조선, 석유, 자동차산업이 고성장 고수익산업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조화를 기대해 본다.


이준정 공학박사·RIST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