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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명품도시의 명품오케스트라

2007-06-11     경상일보
 
시립합창단에 이어 시립교향악단도 지휘자가 공석이 됐다. 뮤직 마이너스 원(music minus one)의 상태가 된 것이다(one은 지휘자). 광역시 이후 10년 동안 4번이나 바뀌었으니 울산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는 단명(短命)하는 것으로 유명하게 될 것 같다. 역량 있는 지휘자가 꾸준하게 조련해도 고유한 음색과 컬러를 갖는데 수십 년이 걸릴 것인데 울산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단명 현상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독일 베를린 필은 카라얀이 36년을,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유진 오르먼디가 무려 44년이나 이끌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언감생심(焉敢生心)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의 시립교향악단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데는 구성원인 단원, 지휘자, 지원그룹(supporting) 등 모두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세계 일류의 도시들은 반드시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를 갖고 있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그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 도시의 문화의 질을 말할 때 그 도시가 어떤 오케스트라를 갖고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인구는 울산의 반 정도이지만 자동차 도시로 유명한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시는 세계 최정상의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발레단을 갖고 있다. 이들 예술단이 세계 최고의 자동차인 벤츠, 포르쉐와 더불어 세련되고 클래식한 도시 상징성을 품어내고 있는 것이다. 문화와 산업이 나란히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 울산도 선박,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등 명품산업과 더불어 문화적으로 명품오케스트라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의 명품도시가 될 터이다. 그런데 이 명품 오케스트라를 가지는 일은 보통 정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공석인 지휘자에 역량 있는 분이 올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비엔나 필이 칼 뵘으로, 시카고가 솔티, 클리브랜드가 죠지, 뉴욕 필이 번스타인 사운드 등으로 교향악단이 상징되는 것같이 오케스트라에서는 지휘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방 오케스트라로서는 드물게 미국 순회 연주회까지 실현했고 짧은 기간 동안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지휘자 함신익씨의 공이 크다 하겠다.

문화예술회관의 체제 개선도 시급하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처럼 책임 운영제나 법인화의 예에서 보는 것 같이 울산문화예술회관도 전문가에 운영을 맡겨서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우리 도시가 이것을 미루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곤란하다. 7년간 울산시립합창단을 맡았던 나영수 지휘자는 이임 인터뷰에서 이에 관해 뼈아픈 지적을 했다.

"울산시립문화예술회관의 민영화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또한 문화관련 자리만큼은 예술전문가로 채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 필요성을 피부로 느낀다. 이는 울산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문화행정가가 없으면 문화 발전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지휘자의 예술적인 전권이 보장돼야한다. 단원들의 통솔과 공연프로그램 등에 상임지휘자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어야하는 것이다. 실력 있는 단원들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도 열려 있어야 한다. 부천시향의 임헌정은 부천시향을 맡으면서 부천시에 오케스트라를 위한 지속적인 예산 및 행정 지원의 보장과 불필요한 간섭 배제를 기본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런 모든 일들은 결국, 단원들 능력을 최고로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것과, 지휘자의 음악적 열정을 발할 수 있게,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관심 등의 3대 축을 튼튼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귀결된다. 이 3축이 제 기능을 다한다면 오케스트라의 화음과 음색은 금방 휘황찬란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품도시의 명품오케스트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19, 20세기가 정치, 경제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불린다. 문화는 단순히 감동과 행복을 선사할 뿐 아니라 산업적 차원에서도 새로운 성장원동력이며 엄청난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문화발전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과 국가의 정신적 행복과 물질적 행복 모두를 증진시키는 '마법의 램프' 역할을 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이 램프의 심을 태우는 기름과 같은 요소다. 시립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으면서 내가 특별한, 프리미움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의 인간)라는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그런 수준의 명품 오케스트라를 가져야할 마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태우 객석문화 대표·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