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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사인에도 미동 않는 배우들

2007-06-13     경상일보
 
밀랍인형 170여점 전시 세계 최대 규모
영화장면 재현 역동적 모습 감탄사 절로
미국서 남이섬 임시이전…내년 제주 정착



"꼭 닮았네" "어머 세상에" "이건 좀 덜 닮은 것 같네" "살아 있는 것 같애.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 수가 있지?"

최근,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에 들어선 밀랍영화박물관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처럼 "닮았다"류의 감탄사를 주고받느라 바쁘다.

밀랍영화박물관은 지난 5월에 문을 연 이후 한 달 만에 남이섬의 특별한 볼거리가 됐다. 남이섬에 왔다가 박물관에 들르는 사람도 많지만 요즘에는 박물관을 보러 남이섬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세계적인 박물관이 한국으로

이곳에는 유명인들의 밀랍인형 뿐만 아니라 영화의 특정 장면이 재현돼 있다. 이런 유형의 박물관은 세계에서 몇 군데 안되는데 그 중 전시 규모가 최대다.

박물관 관계자는 "상하이와 홍콩 등지에 밀랍영화박물관이 있지만 전시물이 70~80여 점에 그치지만 이곳에는 현재 170여 점이 전시돼 있어 세계 최대 규모"라면서 "내년 5월께 제주도로 이전하게되면 20여 점이 추가 전시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곳 박물관은 올해 초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에나파크에 있었다. 50년 동안 미국의 유명 볼거리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올해 초, 한국으로 영구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밀랍인형 1개에 10억이 넘는 것들이 상당 수인데다 밀랍인형 자체가 국내에서는 생소해 더욱 관심몰이를 했다. 밀랍인형은 꿀벌이 벌집속에 벌의 방을 짓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인 밀랍을 원료로 제작한 인형이다.

지금은 남이섬 내에 있던 노래박물관 자리에 터를 잡았다. 내년 4월말까지 이곳에서 전시되고 이후에는 제주도 중문관광단지 내 4000여 평 규모로 건설중인 새 집으로 옮긴다.



#시공을 초월해 살아 있는 듯한 밀랍인형

방문객들은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닮았다" "아니다" 등 난상토론을 시작한다. 가수 비, 채연, 서태지, 신승훈, 나훈아 등등 국내 내로라하는 유명 연예인들의 밀랍인형이 줄지어 서 있어서 보는 눈마다 닮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는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한국 유명인물들의 밀랍인형에 대해서는 "그다지 닮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알고보니, 미국에서 전시됐던 인형이 아니라 한국 이전을 기념해 시범 제작한 인형이란다. 안내판 한 켠에는 '다소 닮지 않아도 한국 밀랍인형 기술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봐 달라'는 애교섞인 문구가 적혀있다. 여기까지의 전시물은 그저 맛 보기일 뿐.

10여 점의 한국 유명인 밀랍인형을 둘러보고 나면, 그제야 실물과 꼭 닮아 탄성을 자아내는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전시장은 암실처럼 어둡다. 빛 차단용 커튼을 거치고 발을 내딛는 순간,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옅은 조명을 받고 있는 찰리 채플린, 존 레논, 줄리아 로버츠, 주윤발, 성룡, 니콜 키드만, 로빈 윌리암스, 마이클잭슨, 마돈나, 리키 마틴 등의 유명인물들이 실제로 서 있는 것 같다.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실물과 닮았다.

소지섭, 안성기, 강제규, 장동건 등 국내 유명인들도 빠지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웃고 있는가하면 링컨, 부시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일본총리,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김수환 추기경 등등이 시간을 뛰어넘어 방문객들과 기념촬영에 바쁘다.

각각의 밀랍인형들은 키마저도 꼭 같게 제작됐다. 때문에 좋아하는 밀랍인형을 보고는 "키가 정말 이 정도였어"라면서 실망스런 표정을 짓거나 "이만큼 키가 컸구나"고 말하는 등 희비가 엇갈린다.

전시장의 압권은 영화의 한 장면 또는 영화 속 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전시물. 역대 아카데미 수상작 중 영화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 '늑대와 춤을' '007시리즈' '내일을 향해 쏴라' '타이타닉' 등의 특정 장면이 그대로 꾸며져 있다. 영화 '트로이' '더 록' '폴리스 스토리' '글래디에이터' 등에 나왔던 주인공들은 영화 속에서의 모습 그대로 서 있다. 각각의 장면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 의상과 전시물 등은 촬영 당시의 것을 기증받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화 '벤허'에서 4마리 말이 마차를 이끄는 역동적인 전시물 앞에서는 방문객 누구나 잠시 넋을 잃는다. 마차를 끄는 마부 인형도 사실적인데다 말도 촬영 당시 등장했던 실제 말을 그대로 박제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떤 관람객은 손으로 말을 만져보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혹 영화에 유난히 무심한 관람객이라도 실망할 이유가 없다. 전시장 지하 1층에는 히딩크 전 국가축구대표팀 감독과 안정환, 박지성 등 2002월드컵 영웅들의 밀랍인형이 당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안정환은 반지키스를, 박지성은 특유의 무표정을 짓는 등 그대로다. 그밖에 야구선수 이승엽, 세계적인 축구선수 호나우두, 한 때 인기를 끌었던 프로레슬러 헐크 호간, 일본 야구선수 이치로 등등 유명 스포츠 인들도 빠지지 않는다.

'닮은꼴' 밀랍인형 170여 점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 장시간 서서 관람하느라 다리는 좀 후들거렸지만 '보고 싶은 사람 다 본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했다.



#여행수첩=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금호분기점에서 춘천IC까지 직진. 춘천IC 500곒 못미쳐 춘천·서울방면으로 나가면 된다. 가평까지 가다보면 '남이섬'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남이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남이섬에 도착해 3분 가량 걸으면 된다. 입장료는 3000원~5000원, 쉬는 날은 없고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031·581·0523.


글·사진 유귀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