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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따라 산길따라]빼곡한 원시림 비슬지맥 숨은 속살 - (4) 영남알프스 비슬지맥

2007-07-25     경상일보
 
사룡산~구룡산~용각산


용의 기운 뻗친 수려한 산군 신령스러움 감돌아
심산유곡 절경에 반해 갈고개선 한 숨 쉬어갈까


비슬지맥은 경북 영천시와 경주시 경계에 자리한 사룡산에서 시작하여 구룡산~발백산~대왕산~선의산~용각산~비슬산~화악산~종남산을 지나 밀양 오우진 나루에 이르는 146.5㎞의 구간이다. 청도의 수려한 산군들을 품고서 영남알프스 최북단 변두리를 지나간다.

영남알프스 비슬지맥 구간은 사룡산-구룡산-용각산까지 이어지는 약 45~50㎞ 구간이다. 운문지맥과 비슬지맥을 따라 솟은 대부분의 산군들이 청도의 산자락이다. 운문지맥이 호(虎)산이라면 비슬지맥은 용(龍)산으로 동창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세를 가르는 형국이다.

운문지맥의 주봉인 운문산(호거산)을 중심으로 범봉과 호거대, 호산, 호랑이가 개를 물고 갔다는 개물방산이 위치해 있고, 비슬지맥을 따라 구룡산, 사룡산, 반룡산, 용각산, 용당산과 용의 귀를 닮았다는 용귀마을, 용바위, 용샘 등 용과 관련된 지명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비슬지맥의 시작은 낙동정맥과 비슬지맥 분기점이다. 낙동정맥 북부권 들머리에서 생식마을을 지나 20~30분 정도 정맥 길을 오르면 분기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사룡산까지는 지척이다. 사룡산은 예전엔 군사적 요충지였지만 지금은 낙동정맥과 비슬지맥, 조래봉, 장육산으로 가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

정상은 널따란 공터가 자리하고 있어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각양각색의 시그널(깃발)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음을 암시라도 하듯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빼곡히 들어선 거목 사이를 비집고 불어오는 미풍에 땀방울을 훔치다보면 밤재로 내려선다. 한참 간듯한데 구룡산이 달아나기라도 한 듯, 한걸음 더 뒤로 물러선 듯하다. 수암고개에서 꽤 많은 양의 땀방울을 쏟아내야 구룡산 정상이다.

구룡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다. 구룡산 무지터에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고, 한마리는 인근의 반룡산에서 방황하다 죽었는데, 그 곳이 경산의 용성이다. 영천 사람들은 연중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 무지터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이곳에 무덤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지맥 길은 산정에서 서진하면 용성성당 구룡분소가 자리한 구룡고개로 내려선다. 길 건너편 등로를 따라 조금만 오르면 또 하나의 구룡산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 경산구룡산이다. 구룡산은 아니지만 건너편 경산 땅에 정상석을 하나 더 세워놓았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20~30분 진행하면 용성마을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발백산 가는 길은 산불감시초소 옆길로, 무성하게 자란 잡목과 수풀 사이를 비집고 한바탕 전투를 해야 한다. 전인미답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 속으로 몸을 맡기다보면 어느새 발걸음은 발백산 정상에 다다른다.

낙동정맥 북부권의 산세들이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온다. 발백산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남진하면 운문호를 감싸고 뻗어내린 반룡산 가는 길이며, 비슬지맥 가는 길은 서남진하여 용림고개를 지나 비오재와 갈고개로 이어진다.

갈고개를 지나서부터는 대왕산과 학일산, 천주산 등 청도의 아름다운 산세들이 사열을 기다리고 있다. 당고개의 커다란 당산나무를 지나 30~40여분 가면 대왕산 정상이다. 일제의 강제징병에 항거한 29명의 항일죽창 의거사건과 관련이 있는 산이다. 대왕산을 지나 비슬지맥 주능선을 이어가면 빼곡히 들어선 원시림과 부드러운 능선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심산유곡이란 표현이 절로 든다.

계속해 벗고개와 잉어재를 지나 주능선을 따라 오르면 선의산~용각산으로 이어지는 비슬지맥과 영남알프스 일대의 산군들이 시원스레 조망되는 전망대가 나오고, 이곳에서 선의산 정상까지는 20~30분 거리. 선의산은 말을 닮았다고 하여 마암산, 선녀가 춤을 추는 형상이라 하여 선의산으로도 불린다. 선의산에서 용각산까지는 1시간30분쯤 거리.비슬지맥은 정상 바로아래 갈림길에서 오른쪽 남성현재로 이어지고 직진하면 용각산 정상이다. 용의 뿔 모양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용각산에는 용이 물을 마셨다는 용샘과 용마가 태어나지 못하게 쇠말뚝을 박았다는 용맥, 용바위, 동해의 절경에 취해 여의주를 잃고 부상당한 용이 몸을 씻고 나았다는 용암온천 등 용에 관한 설화가 유난히 많다.

옛날 어느 장수가 이곳에 용마를 매어두고 날아 다녔다는 얘기, 용각산이 일본 후지산과 너무 닮아 임진왜란 전 일본에서 밀정을 파견하여 마을에 큰 인물이 나는 것을 막고자 산정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비슬지맥에 용과 관련된 지명이 유독 많은 이유는 이 지역이 신라와 가야의 접경지라 용의 힘을 빌어 이곳을 수호하기 위함으로 추측된다. 하산 길은 곰티재 또는 정상아래 임도 삼거리에서 두실마을로 내려서면 된다. 비오재나 갈고개에서 나누어 종주하는게 좋다.


이병진 대한백리산악회 산행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