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안전 빨간 모자가 접수한다
2008-10-16
9개 지회 1500명 지역 행사 왕성한 활동
노하우에 교육 더해 교통정리는 수준급
방범·환경정화 넘어 인명구조 준비도
"울산의 크고 작은 행사장에는 항상 해병대가 있습니다."
영남알프스 억새축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2008부산·울산·경남 채용박람회….
이 행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든 행사장에 (사)해병대전우회 울산시연합회(회장 정석관)와 각 지회 소속 회원들이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교통질서 지도 봉사활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해병대전우회 울산시연합회는 지난 1997년 울산이 광역시 승격과 함께 설립됐다. 사실 그 이전에 1969년 창립된 현 남구지회가 연합회의 전신이니 벌써 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울산시연합회의 이런 역사는 전국에서도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규모면에서도 단연 앞선다. 각 구·군 지회 등 9개 지회가 있는데 그 중 현대자동차지회에는 510명의 회원들이 소속돼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올해 5월과 6월에는 개인택시지회와 현대중공업지회가 새로 가입해 울산시연합회 회원은 총 15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봉사활동은 크게 교통지도와 방범활동, 환경정화로 나뉜다. 각 봉사활동은 각 지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석관 회장은 "해병대 전우회의 봉사활동은 각 지회에서 벌이는 봉사활동이 핵심이다. 이들이 우리 전우회의 뿌리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통지도 활동의 경우 울산시나 각 구·군청, 경찰청 등 공공기관에서 도움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출동한다. 교통정리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 싶겠지만 교통지도 활동이 잘 돼야 행사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법이다.
정 회장은 "교통지도 활동은 울산에 해병대전우회가 생겼을 때부터 실시해 왔다"며 "이전에는 수신호를 어깨 넘어 선배에게 배우곤 했지만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위해 교육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노하우와 교육이 더해져 해병대 전우회의 교통정리 솜씨는 이제 수준급이다.
이들은 각종 행사뿐만 아니라 아침 등교하는 학생이나 출근하는 직장인을 위한 교통지도 활동도 벌인다. 각 지회별로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나 시간대에 회원들이 집중 투입된다.
"한번은 울산대공원에서 개최된 장미축제 때 교통지도 봉사활동을 나갔었는데 행사 마지막 날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빠져나가려는 인파로 혼잡을 빚었었다. 이 때 교통정리를 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2시간이 넘게 걸렸을 일을 해병대 전우회가 나서 신속, 정확하게 교통정리를 해 30여분 만에 행사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고 정 회장은 전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비도 오는데 수고했다며 한 마디씩 건네줄 때 피로가 싹 가시는 것이 해병대 전우회원들의 똑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보니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다. 아니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행사장이 아닌 교통체증 지역에서 아침에 교통지도 할 때는 도로 한 가운데 서서 하는데 차들이 쌩쌩 지나가 아찔했던 경험이 한 번씩 다 있을 정도다.
정 회장은 "해병대 전우회의 봉사활동은 시민들의 생활속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민들의 협조 없이는 우리들의 봉사활동도 의미가 가 없다"며 "해병대 전우회 회원들이 교통지도 등 활동을 해도 절대 시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점을 알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병대 전우회의 활동을 수치로 따지면 연합회에서 지원을 나간 교통지도 봉사활동만 지난해 총 45회 786명이 투입됐으며 올해도 10월 현재까지 총 41회 618명이나 된다.
한 달에 평균 4회 이상 행사에 참여한 셈이다. 여기에 각 지회별 활동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배가 된다. 거기다 정기적으로 각 지역별 우범지역에서 3인 1조가 돼서 오후 8시부터 12시께까지 순찰을 도는 방범활동까지 더하면 어떤 날은 하루종일 봉사활동만 하다 시간이 다 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때로는 집에서 부인이나 아이들이 원망섞인 하소연을 해도 행사가 있으면 또 봉사활동을 하러 나가는 것이 해병대 전우회 회원들이다.
정 회장은 "해병대 전우회 회원들도 모두 가정과 직장이 있기 때문에 절대 봉사활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는 보람도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병대 전우회는 기존의 주력하던 봉사활동 외에도 재해재난 시 현장에 바로 투입돼 인명구조 등 봉사활동을 벌이기 위한 준비에도 들어갔다. 현재 약 200여명의 회원들이 스킨스쿠버와 인명구조 등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해병대 전우회가 울산에서 40여년동안 봉사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특히나 울산이 봉사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역일 때 나라를 위해 몸 바쳤던 것처럼 전역하고 난 지금도 그 정신 그대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