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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진으로 보는 울산이야기]논물 가두는 용두레 가뭄땐 물싸움도 잦아

긴 개울 넓은 들판 없는 동구 산골짜기 층층 다랑논 농사 - 16. 용두레

2009-10-18     박철종 기자
▲ 용두레질하는 아낙네(1936·일산) 사진제공=히나세정
동구는 산면(山面)이 가파르고 짧은 지세여서, 긴 개울과 넓은 들판이 없는 형국이다. 1911년께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朝鮮地誌資料>(조선지지자료)의 동면(東面)에 제궁들(서부) 봉수들(동부) 사을들(주전) 사근달들(미포) 큰대추밭들(동부) 한채들(大便洞·대편동) 전선들(전하) 율미들(일산) 오자불들(일산) 동녘들(방어)의 들(坪) 이름들이 나타난다. 도완장(대송) 하물창들(일산) 하바대들(녹수) 골앳들(화정) 등도 있어서 큰 들은 아니지만 수리답으로 상답(上畓)이라 할 수 있었다. 산골짜기에는 층층으로 된 다랑논들이 있어 논골 또는 새논골(새납골)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골 깊은 곳의 구렁논은 ‘고래실논’이라 하는데, 명덕의 시부골들은 물이 늘 고여 있어 시부지골이 줄여진 말이며, 일산의 찬물락 아래에 ‘하물창들’은 물이 하·도(大·多) 많은 논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에 기대어 농사를 짓는 논을 천수답 또는 봉천답(봉답)이라 부르는데 가물 때는 밭이 되기도 한다.

관개시설 밖의 엇논들은 아예 가장자리에 웅덩이를 파놓고 용두레를 설치해 두었다가 물을 잡을 때는 용두레로 물을 길렀다. 옛날 논에 물을 댈 쯤에는 물싸움도 종종 벌어졌는데 어렵사리 물을 잡아놓은 남의 논 물꼬를 몰래 헐거나 수통을 몰래 뚫다가 대부분 생기는 일이었다.

논의 이름도 여러가지가 있다. 건답(乾畓) 묵정논 벌논 승답(僧畓) 뙈기논 경답(坰畓·둑논) 수렁논 진펄논 보리논(麥畓·맥답) 골채 둔답(屯畓) 목답(牧畓) 묘위답(墓位畓) 제위답(祭位畓) 문전옥답(門前沃畓) 샘받이 등이 있고, 김을 매는 횟수에 따라서는 애벌논 두벌논 세벌논이라 불렀다.

무논에 흙이 평평하도록 써래질하여 모내기 준비를 마친 논을 본논(本畓·본답)이라 하는데, 모내기하는 날이면 모 찌는 소리(歌)가 새벽을 열면서 모내기는 시작된다. 소리(歌) 잘 하는 늙은 아주머니의 앞소리에 맞춰 뒷소리가 이어지는데, 울산지방의 모내기 소리에는 태화강 상류인 범서 사군탄(使君灘)과 ‘베리끝’에 얽힌 전설이 한 줄 가사로 전해져 온다.

▲ 장세동 동구지역사연구소

옛날 베리끝에 젊은 한 농부가 아내와 누이동생이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날 큰 홍수가 지는 날 농부는 일찍부터 도랑 건너 논밭의 물꼬를 손질하고 돌아오는데, 멀리 농부의 집이 유실되고 아내와 누이가 물살에 휩쓸려가고 있지 않은가. 창졸간에 아내를 구하고 나니 누이는 벌써 멀리 떠내려가고 말았다. 무정한 오라비에 대한 누이의 원망이 노랫말이 되어 모내기 소리에 꼭 들어간다. ‘남창남창 베리끝에 무정하다 울 오랍아/ 나도 죽어 환생하면 낭군님부터 정할나네…” 못줄 넘기는 소리 또한 화음이 되어 온 들녘은 화기(和氣)로 가득 채워져 갔다.

장세동 동구지역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