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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진으로 보는 울산이야기]보리 익는 오뉴월 도리깨질로 보리타작

보릿짚은 불쏘시개 등으로 사용…보리수염으로는 모깃불 피워
22. 보리타작

2009-11-29     박철종 기자
▲ 보리타작(1936). 사진제공=하나세(日生町)
보리 타작, 콩 타작 등은 옛날 우리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광경이다. 가을걷이를 하고 나서 바로 밭을 갈고 골(이랑)을 타서 보리씨앗을 뿌리는데, 직접 뿌리는 직파법으로 파종한다. 싹이 돋고 한 뼘 정도 자라나면서 겨울을 맞게 되는데, 서리가 내릴 때 쯤이면 보리밟기를 한다. 이 때부터 동네 아이들은 보리밭에서 연날리기·자치기·뜀박질을 해도 밭주인은 나무라지 않았다. 서릿발에 흙이 솟구쳐 찬바람이 들고 냉해가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리밟기를 하는 이유에서다.

3·4월이면 다 자란 보리는 꽃대가 자라고 5·6월이면 누릇누릇 익어간다. 다 익은 보리를 베어다가 마당이나 공지에 널어놓고 도리깨질을 해서 알곡을 털어내는 일을 타작이라 하는데, 오뉴월 보리 타작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탈곡기가 나오기 전에는 모두 이같이 보릿단을 펼쳐놓고 여러 장정들이 도리깨질로 타작을 했다. 보리 수염을 울산지방에서는 ‘보리-까꺼래기’라 하는데, 옷이나 몸 속에 들어가면 자꾸 파고 들면서 몹시 가려워서 귀찮은 존재이다.

도리깨질에는 매치기와 돌려치기 등 여러 타법이 있는데, 노동요의 선소리에 따라 강약과 속도가 조절된다. 도리깨질이 끝나면 일그러진 보릿짚을 걷어내고 다시 새 보릿단을 풀어놓고 도리깨질을 반복한다. 타작이 끝난 보릿짚은 볏가리를 만들어 쌓아두고, 불쏘시개나 외양간의 깔개 등으로 활용되었다. 털어낸 보리는 바람에 일어서 알곡을 가려내고 나면 마당에는 보리수염만 남게 되는데, 이 찌꺼기를 ‘낏재’라 불렀다. 여름날 저녁, 마당 한 쪽에다 피우는 모깃불을 ‘낏잿불’이라고도 하는데 이 낏재를 조금 남겨 두었다
가 모깃불을 피울 때 사용했다. 천천히 오랫동안 타는 특성이 있다.

타작이 끝나면 모깃불용 낏재를 조금만 남겨두고는 대부분 마당에서 불태우는데, 여기에다 보리쌀을 도정(搗精)할 때 나오는 보릿속 등겨인 운애로 보리 개떡을 둥글게 빚어 두었다가 이 불에 굽어내기도 했다. 검게 잘 굽혀진 보리개떡은 새끼줄로 엮어서 처마 서까래에 걸어두고 메주처럼 띄운 뒤에 소금 간을 해서 개떡장을 담는데, 울산말로는 시금장 또는 등개장이라 하였다. 잘 익고 나면 검은 된장 국물은 따로 후리어장에서 멸치 데운(삶은) 물을 얻어다가 함께 끓여 간장을 만들고, 남은 등개장에 미역줄기·파래·고추·마늘·무·야채류 등의 지를 박아두던 보리된장이 바로 보리개떡으로 빚은 등개장, 일명 시금장이다.

장세동 동구지역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