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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회>금강석의 미소(9) - 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2009-12-07     전상헌 기자
43. 금강석의 미소(9)



김문권과 묘옥은 달빛이 비치는 별장 누각에 올라 장강을 굽어보고 있었다. 보름달은 하늘 중천에 높이 솟구쳤고 장강은 땅에 길게 누워 바다로 뻗쳤다. 바람이 불자 뒷물결이 앞물결을 치며 은물결 금물결로 반짝이며 일렁거렸다. 그 강물 위에는 거대한 용선(龍船)이 떠 있고 용선 주위에는 꽃등을 켠 작은 배들이 점점이 떠 있다.

“오늘 밤 무슨 행사가 있는 거요?”

“장강 축제이지요.”

“장강 축제?”

“그래요, 장강의 수신을 위무하는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에요?

매 해 양주인들은 장강의 범람과 갈해(渴害)를 막고자 장강의 수신(水神)을 달래는 축제를 벌인다. 꽃등을 켠 작은 꽃배들이 얼음을 지치듯 강물 위를 조용히 미끌리며 나아갔다.

“자, 여기서 내려가요.”

묘옥은 별장에서 강으로 난 길을 따라 장강의 뱃놀이 선착장으로 김문권을 이끌었다. 분위기가 향강루에 있을 때와는 달리 사뭇 은근했다.

묘옥은 강 아래로 내려가 꽃등을 켠 작은 배를 하나 빌렸다.

“타세요.”

나지막한 말이었지만 사뭇 거역할 수 없는 명령조였다.

배가 나아가자 물에 뜬 달이 이지러지더니 김문권은 천천히 노를 저었다. 불빛이 어린 장강의 물살만 말없이 바라보던 묘옥이 고개를 돌리며 뚜벅 말했다.

“이번엔 무슨 일로 양주에 오신 거죠?”

“처음엔 도당 유학생으로, 두 번째는 고선지 장군의 부름을 받고 왔지. 그리고 지금은 동방의 빛이라는 금강석을 찾으러 왔다네.”

“동방의 빛이라면 대공장님이 예전에 저에게 주신 것 아닌가요?”

“그래. 그런데 지금 다시 되돌려 주었으면 해서.”

“왜요?”

“신라 토함산 정상에 석굴암을 건설했어.”

“난 건축물에 관한한 김문권 대공장을 절대적으로 믿어요. 신도성도 훌륭하게 만들었는데 암자 하나 잘 만들지 못 했겠어요?”

“석굴암은 단순한 암자가 아니야. 화강암을 잘라 인공 석굴을 만들고 그 속에 부처님의 권속들을 모시려니까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지. 어쨌든 우리는 끝내 해냈어.”

“그래서요?”

“마지막으로 거대한 본존불을 완성하고 보니 어두운 석굴을 밝히는 백호광명이 필요하게 된 거야. 그래서 ‘동방의 빛’을 되찾으러 왔어.”

“아, 이럴 어쩌나! 그 금강석은 얼마 전 일본 상인에게 팔아 버렸어요. 어떻게 알고 왔는지 동방의 빛을 일본 동대사 본존불의 백호광명으로 모신다고 해서 시주하는 걸로 해서 거의 공짜로 넘겨 주었어요.”

“아뿔사! 도대체 그 일본 상인이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