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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회>금강석의 미소(12) - 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2009-12-10     전상헌 기자
43. 금강석의 미소(12)



김문권은 동방의 빛 금강석을 구하기 위해 양주에서 다시 일본 나라로 가야했다.

묘옥이 말했다.

“이번에는 저도 꼭 당신과 동행하고 싶어요.”

“왜요?”

“신라에 가서 당신이 완성했다는 토함산 석굴암도 보고 싶고, 일본 동대사도 보고 싶어요.”

“나와 함께 관광을 가겠다는 거요?”

“실은 아리수(한강)에 있는 제 뿌리인 고향도 찾아가고 싶고요.”

묘옥은 원래 고구려 고씨였으나 아버지가 신라에 귀부하여 관리가 되면서 박씨로 개성(改姓)하였다.

“양주의 산업은 어떡하고?”

묘옥은 양주 최대의 주점인 향강루 뿐만 아니라 지물포와 전당포, 도자기와 인삼, 선박사업에도 손을 대 양주 일대 최대의 거상이 되었다.

“사업은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갑니다. 소중한 당신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늘 만나서 헤어졌지만 이번만은 헤어지지 않고 싶군요.”

둘은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의 인연을 거듭해 왔다. 이제 둘 다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김문권과 묘옥은 초호화 고급 당나라 배를 타고 양주를 떠나 일본으로 향했다.

김문권과 묘옥은 이층 선실에 들어갔다. 이 선실은 신라의 왕자나 중국의 사신들이 이용하는 특실로 널찍한 공간에 놓인 향나무 침대와 둥근 탁자, 꽃그림 비단지로 도배된 벽과 페르시아 융단이 깔린 바닥, 시원하게 열린 선창(船窓) 등 최고급 선실이었다.

“배에도 이런 방이 있는 줄 몰랐어요.”

묘옥이 감탄하며 말했다.

“이 배는 옛날 수양제가 대운하를 개통하고 띄웠던 만 척의 유람선 중 하나입니다. 큰 배일 뿐만 아니라 화려하기가 궁중의 내실 못지 않습니다.”

선실의 장식장에는 모대주(茅臺酒·마오타이주), 분주, 오량액주, 죽엽청주, 양하대곡, 노주특곡, 고정공주, 동주 등 고급 전통주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김문권은 당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오량액을 한 병 뽑아 들었다. 당나라 시대에 처음으로 양조된 오량액주는 고량, 쌀, 옥수수, 찹쌀, 소맥 등 15가지 곡물로 양조해, 원래 이름은 십오량액주였으나 십을 떼어 그냥 오량액주라하였다.

김문권과 묘옥은 탁자에 나란히 앉아 오량액주를 나눠마셨다.

향기가 부드러우면서 그윽하고 술맛이 농후하면서도 순수하고, 뒷맛이 깔끔하면서도 여운 있어 일품명주였다.

둘은 자기도 모르게 분위기에 취해 접문한 뒤,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선실 창으로 바라보이는 황해의 밤 바다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보름달이 두터운 구름 속을 빠져나오자 넓은 황해는 은빛을 뿌린 듯 황홀했다.

묘옥이 김문권의 손을 잡고 뚜벅 말했다.

“아, 나도 아이를 낳고 뿌리를 내리고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