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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7회>금강석의 미소(16) - 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2009-12-16     전상헌 기자
43. 금강석의 미소(16)



이정기는 바늘을 붉은 물감에 찍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검은 먹물로 입묵(入墨)하지만 그는 묘옥을 위해 특별히 붉은 물감을 제조했다. 이 물감은 닭 벼슬을 잘라 받은 붉은 피를 양귀비꽃의 붉은 즙에 침지(沈漬)시킨 뒤 소주고리로 증류한 액이었다. 이정기는 붉은 물감을 바늘에 묻힌 뒤 묘옥의 피부 속 깊숙이 찔렀다.

한 땀 한 땀씩 가슴과 엉덩이에 붉은 양귀비 두 송이를 어여쁘게 그려 넣었다.

문신은 형벌과 사랑의 표시였다.

형벌의 표시로서 문신은 도둑의 이마에 ‘盜(도)’자를 자자(刺字)하거나 도망한 노비의 뺨에 ‘盜奴(도노)’를 새겨 다시는 도둑질하거나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형벌 문신은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크게 새겨 넣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피부에 새겨 넣는 문신은 특정한 사람만 볼 수 있도록 은밀한 부위에 정교하게 새겨 넣는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과 기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예술적 문양으로 새겨야 했다.

이정기는 혼신의 힘을 다해 묘옥의 몸에 문신을 새겼다.

마침내 그는 양귀비꽃을 마무리하고 물었다.

“아프진 않았소?”

묘옥은 거울을 보며 말했다.

“예, 마치 부드러운 붓끝이 살에 닿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비산의 마취작용 덕분이오. 이 문신은 보이지만 딱지가 앉아 떨어지면 여상한 피부로 돌아와 문신이 보이지 않게 되오.”

“문신이 보이지 않게 된다구요? 그럼, 왜 새기신 건지?”

“보이지는 않지만 없어진 건 아니오. 피부 안에 새겼기 때문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소. 하지만 양귀비액을 탄 술을 드시면 붉은 색소와 반응해 문신이 다시 뚜렷하게 나타나게 되오.”

“아, 정말 신기하군요.”

이정기의 말대로 문신은 양귀비를 탄 술을 한 잔 마시면 진피 속 물감과 반응해 붉은 양귀비꽃이 발그레하게 피어올랐다.

이정기 왕은 묘옥의 문신을 매우 좋아했다. 그것을 둘만의 은밀한 정표로 삼고 양귀비주를 마시며 탐락했던 것이다.

양귀비주의 강력한 주정과 술기운이 피부 밑에 감춰져 있는 문신을 흔들어 표피로 밀어 올렸다.

그녀의 왼 가슴과 엉덩이에 붉은 꽃이 선연히 피어올랐다. 양귀비꽃의 선연하고 염야한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워 김문권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몸에 입술을 갖다대며 교접했다.

“아, 아름답소.”

“당신이 나에게 마지막 남자가 되어 주세요.”

묘옥은 꽃을 더욱 붉게 피어올리며 몸을 뒤틀었다.

김문권은 그녀의 꽃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가슴과 엉덩이는 몽실하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두 송이 양귀비꽃으로 인해 그녀의 몸은 온통 붉은 문신 덩어리가 되어 꿈틀거렸다.

편서풍을 받은 무역선은 빠른 속도로 일본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