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1089회>금강석의 미소(18) - 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2009-12-20     전상헌 기자
43. 금강석의 미소(18)



금강석인 ‘동방의 빛’을 찾으러 왔다는 김문권의 말에 김암이 말했다.

“아니, 그건 자네가 가지고 있지 않았나?”

“난 이것을 묘옥에게 주었고, 묘옥은 동대사에 봉안하려는 나니와 상인에게 시주했다네.”

“음, 나도 동대사 봉안 소식은 들었네. 이 달 보름에 천황과 각 종파의 수장을 모시고 동대사에 백호광명 봉안식을 한다고 하더구만.”

김암은 그저께 천태종의 종사인 최징(最澄)을 만났다. 그는 신라계 피가 섞인 천태종 승려로 중국에서 구법활동을 할 때 김암과 알게 되었다. 종남산에서 일승개회(一乘開會·성문, 연각, 보살이 차별 없이 하나임)의 천태교학을 깨우친 최징은 일본에 돌아와 히에이산(比叡山)에서 천태종을 열어 일본 천태종의 개조가 되었으며 일본 최초의 종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저께 최징은 김암에게 동대사 봉안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오호라, 똥간이든 도솔천이든, 네가 있는 그곳이 바로 최고의 진리이거늘 백호광명이 청동이든 금강석이든 무엇이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김암이 김문권에게 말했다.

“최징의 생각에 나도 동감이네. 금강석이 동대사 대불에 있든 석굴암 본존불에 있든 무엇이 다르랴. 어차피 같은 부처에 같은 중생이 아니던가.”

김문권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살생에 필요한 병법과 둔갑술에 통달한 자네가 마치 성불한 도승처럼 말을 하네 그려.”

“오히려 불도에 대해서 무심해서 그런 말이 나온다네.”

김암은 염주 대신 가래를 굴리며 말했다.

“금강석이 꼭 석굴암 본존불에 봉안되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말하겠네.”

김문권이 손가락 세 개를 펴며 말했다.

“첫째 석굴암은 동대사와 달리 동굴이므로 금강석 백호광명으로 어둔 동굴을 밝혀야 하네. 둘째 석굴암 주실의 광창과 감실 옥불은 금강석의 봉안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일세. 금강석 없이는 소 없는 만두나 마찬가지야. 셋째 석굴암 본존불에 영검 있는 ‘동방의 빛’이 봉안될 때 신라는 국태민안하고 세계에 우뚝 서는 나라가 되지. 만약 이것이 동대사에 봉안된다면 일본이 세계에 부국강병한 나라가 될 것일세.”

김문권의 말에 김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동방의 빛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 그것을 가진 자는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지.”

“그래, 일본보다 신라가 세계에 우뚝 서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엔 나도 동의해.”

“그렇다면 되찾을 방법을 궁리해 보자.”

“그렇다면 먼저 금강석을 헐값에 샀다는 나니와 상인이 누구인지 알아봐야지 않을까?”

그때 묘옥이 참섭하며 말했다.

“모노노베라는 성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음, 예상대로군. 일본에서 신라와 백제의 세력을 제거하려는 자야. 그는 틀림없이 동대사에 가짜 금강석을 봉안하고 진짜는 은밀한 곳에 숨겨두고 권력을 장악하는 데 사용할 거야.”